“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
띠리링. 알림음과 동시에 휴대폰 화면에 앱이 켜진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로부터 온 메시지다. 중학교 2학년인 이유영 양(15·가명)은 하루에 수십 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스타와 대화한다. 매월 4500원을 내면 연예인이 실시간 근황을 담은 메시지와 셀카,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한 음성 파일 등을 보내준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팬 메신저 플랫폼 ‘버블’은 출시 1년 만에 구독 수 120만 건을 돌파했다. 매월 들어오는 구독료만 54억원에 달한다.
버블을 개발한 디어유의 창업자 이학희 부사장(사진)은 “출시 초기에는 ‘인공지능(AI)이 메시지를 보낸다’, ‘팬들의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등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그러나 팬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마케팅비 0원으로 구독 120만 건디어유는 직원 61명으로 올 상반기 1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66억원, 영업이익률은 36%에 달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버블에서 나온다. 말풍선이 톡톡 터지는 거품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회사는 팬들이 내는 구독료 수입에서 절반가량을 엔터테인먼트회사에 지급한다. 서버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다. 2017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마케팅비로 지출한 돈은 0원이다. 버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들이 걸어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이 부사장은 “대중에게 공개된 연예인 SNS에는 악플이 많이 달리지만 버블에는 팬들만 있기 때문에 아이돌들은 메시지를 보내면서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며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버블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가입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했다. 연예기획사와 스타들은 팬덤 관리와 동시에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팬들은 커피 한 잔 값에 아이돌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것이다. 위비톡·돈톡 실패 경험을 엔터와 접목이 회사가 처음부터 버블 서비스를 생각해냈던 것은 아니다. 디어유의 전신은 모바일 메신저 개발사 브라이니클이다. 이 부사장은 이 회사에서 20대 전용 메신저 ‘돈톡’을 개발했다. 돈톡은 상대방이 읽기 전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과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문자나 사진이 사라지는 기능 등을 도입해 2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그러나 카카오톡에 밀려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의 의뢰를 받고 은행 전용 메신저 ‘위비톡’도 내놨지만 역시 사용자 수가 적어 사장됐다.
잇단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때 기회가 왔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던 SM엔터테인먼트가 팬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부사장은 SM 팬클럽 커뮤니티 앱 ‘리슨’을 개발했고 부가적으로 팬클럽 회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오픈채팅 기능을 넣었다. 이를 이용해 팬클럽 우수회원 100명을 선정해 스타와 채팅할 수 있는 일회성 이벤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모든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확대한 것이 버블이다. 이 부사장은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예전 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이 가진 역량과 장점을 활용해 어떻게 전환하느냐다”고 했다. 메타버스로 확장…글로벌 1위 목표디어유가 성공한 이유는 고객(팬)의 요구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정보기술(IT)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과거 팬덤 비즈니스는 앨범, 브로마이드, 화보집, 콘서트 등에 국한됐다. 그러나 음원이 디지털화되고 영상 시대가 열리면서 팬 활동도 모바일로 이동했다. 오프라인 사업 비중은 점차 줄었지만 디어유는 온라인 메신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덕질(팬 활동)’의 디지털화를 통해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다.
이 회사는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기업가치는 공모가 상단 기준 5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부사장의 꿈은 버블을 국내 회사 중 처음으로 세계 1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 유명 팝스타의 버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버블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버블 프로필 화면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프로필 화면에 아이돌의 배경음악을 깔고 스타와 명품 브랜드가 협업한 한정판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프리미어리그나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포츠 스타를 대상으로 버블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