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탁물가도 '고공행진'…1년새 소고기 가격 18%·해산물 11% 올랐다

입력 2021-10-17 17:52
수정 2021-10-18 02:57
식탁 물가 상승이 세계 가정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가정식품지수(food at home index)는 4.5% 뛰었다. 가정식품지수는 육류, 해산물, 유제품, 채소와 과일, 빵과 시리얼, 음료 등 미국인이 가정에서 많이 먹는 식품 가격을 반영해 산출한다.

육류와 해산물, 달걀 등의 최근 1년 동안 가격 상승률은 10.5%에 달했다. 소고기 가격이 17.6%, 해산물이 10.7% 급등한 여파다.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을 뜻하는 프로틴+인플레이션)이 대두하면서 한 사람이 연간 65㎏(144파운드)의 육류를 소비하는 미국 가정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정식품지수상 채소와 과일 가격은 그나마 덜 오른 듯하지만 체감 물가는 다르다.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65%가 신선식품 가격 상승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은 신선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냉동식품을 식탁에 올리는 고육지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딜로이트는 전망했다. 유례없는 구인난에 미국 기업들은 속속 임금을 올려주고 있지만 막상 근로자들의 실질임금(명목임금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산출한 임금)은 올해 들어 1.9% 줄었다.

유럽에선 치솟는 비료 가격 탓에 농작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질소비료의 주요 원료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질소비료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 농가에서는 질소비료를 많이 써야 하는 작물인 밀과 보리 사탕무 옥수수 등의 재배면적을 줄일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파종해도 비료를 쓰지 못하면 작황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농작물에 따라 재배 비용 중 질소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르는 경우도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비중은 3분의 1 정도였다. 농부들은 질소비료를 적게 써도 되는 해바라기, 콩을 대신 재배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교란이 덮치면서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올 9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상승했다.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5개월 연속 5%를 넘겼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9월 CPI는 3.4% 오르며 역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9월 CPI는 4.1% 오르며 2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