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파울러, 버디만 9개…CJ컵서 '부활포' 쏘나

입력 2021-10-17 18:00
수정 2021-11-16 00:01
리키 파울러(33·미국)가 긴 부진을 털어내고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CJ컵(총상금 950만달러) 셋째날 9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 2년8개월 만의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파울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 서밋 클럽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21언더파 195타, 2위인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에게 2타 차로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그는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던 남자 골프 톱스타 중 한 명이다. 2010년 PGA투어 신인왕 출신으로 2011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려 한국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9년 2월 피닉스 오픈에서 PGA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긴 부진을 겪었다. 아직까지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데다 2020~2021 시즌에는 톱10에 단 한 차례 드는 데 그쳤다. 세계랭킹은 128위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 앞서 출전한 지난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는 커트 통과에 실패했다.

하지만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파울러는 예전과 같은 장타와 날카로운 샷으로 사흘간 66-66-63타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특히 3라운드에서는 3번홀(파5)부터 네 개 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전반에만 5타를 줄이는 버디쇼를 펼쳤다. 후반에도 12번(파4), 14번(파5), 16번홀(파3)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투온을 성공시키며 버디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날 파울러의 그린 적중률은 100%였다.

파울러는 경기가 끝난 뒤 “3일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대회를 자신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몇 년 선두권에 머문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 후반 선두권에 들며 이전의 감정들이 느껴졌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 매우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는 “저스틴 토머스(28·미국)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TV를 좀 보며 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거의 다 봤다. 자막을 읽어야 하니 이번주 엄청난 독서를 한 셈”이라며 웃기도 했다.

오랜만에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파울러는 “(지금 선두에 오른 상황이) 놀랍지는 않고 이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내일 쉽지 않겠지만 티샷을 잘 쳐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PGA투어 통산 20승에 도전하는 매킬로이는 이날 이글 1개를 포함해 10타를 줄이며 파울러를 맹추격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성훈(34)이 5타를 줄여 콜린 모리카와(24·미국) 등과 공동 14위(14언더파 202타)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 공동 2위였던 김성현(23)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17위(13언더파 203타)로 떨어졌고 지난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자 임성재(23)는 5타를 줄여 공동 30위(12언더파 204타)로 3라운드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