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의 경쟁력은 유학생에게서 나온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미국 명문대에 몰리고, 졸업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혁신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다. 골드만삭스는 “실리콘밸리 경제활동인구의 약 45%가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뛰어난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가연구소대학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국내에서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유링크(U-LINK)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흥국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고, 국내 기업에 채용을 주선할 계획이다. 대학·기업 간 협력 절실이미 이 학교를 졸업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학생들이 해당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류 열풍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활약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신흥국 인재들도 점점 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류석현 UST 산학협력단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성공은 결국 인재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산학연 협력에 달려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실전형 인재를 육성해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단장은 두산중공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를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산학연이 한국의 현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인 시절부터 숱한 산학연 협력 실패사례를 지켜봤다. 그가 찾은 실패 요인은 공급자 위주의 구성 방식이다. 류 단장은 “정부가 지원하고 대학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산학협력이 이뤄지다 보니 정작 기업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산학협력의 주요 영역인 인력 양성, 원천기술 개발, 기술 사업화에 관해 대학과 기업 간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도 미래 산업 수요를 고려한 수요지향적 전공 및 교과과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인의 역할도 강조했다. 류 단장은 “산업계 출신 인사들이 대학 교육에 참여하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기 수월해지고, 기업들도 교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2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유망 과학기술 분야의 산업계 전문가가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지표에 교육과 연구에 대한 기여도를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U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교육기관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32개 국가연구소에 교육 기능을 부여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한 국가연구소대학원대학이다. UST 학생은 모두 국책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며 캠퍼스 연구실과 산업 현장의 연결을 중시한다.
이 학교가 운영 중인 ‘테크 브리지(Tech-Bridge)’ 프로그램은 산업계에 파급효과가 큰 세계적 기술을 집중 연구하는 프로그램이다. AI와 바이오·헬스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류 단장은 “UST의 교육시스템은 국가와 사회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공 신설 및 교과과정 개설이 유연하다”며 “단기적으로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를 교원으로 확보해 첨단 기술 분야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고급 인재 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UST는 또 ‘계약학과(I-CORE)’를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연구개발(R&D)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빌리티 분야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함께 선도하는 융합형 R&D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그린모빌리티 계약학과’ 전공을 신설했다. 류 단장은 “그린모빌리티 계약학과 전공에 보다 많은 연구소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수요를 발굴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의 R&D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