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할 때부터 환경·인권 보호…지속가능한 원료 찾는 대기업

입력 2021-10-17 18:12
수정 2021-10-18 02:49
기업이 원자재를 채굴하는 과정부터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를 하지 않는 ‘착한 원료’ 구하기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공급망의 최종 단계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원재료 시장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엔 비용과 생산 효율성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최근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도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배터리, 타이어 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2019년부터 ‘책임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에 가입해 원재료의 원산지 추적과 생산업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원료인 코발트의 6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에서 5세 미만 아동이 하루 1달러를 받고 일하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국제적인 지탄의 대상이 됐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등과 광부들에게 인권, 환경 등에 대한 교육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차 협력사 30여 곳의 RE100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인 RE100의 적용 대상을 협력사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70%가 소재를 제조하는 데 쓰이는 전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협력사의 사용 전력까지 신경을 써서 ‘탄소 중립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취지다. 삼성SDI도 협력사의 RE100 전환을 위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친환경 배터리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배터리 규제안을 준비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채굴 표준을 지킨 원료로 생산한 ‘착한 배터리’만 이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친환경, 식물성 원재료를 이용한 소재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기존에 쓰던 가죽과 페인트, 원단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볼보는 2025년 신차를 제조할 때 바이오 소재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속 가능한 천연고무 생산 및 유통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GPSNR 기준에 맞춰 고무를 공급받고 있다. 천연고무의 85%는 소규모 농가에서 재배된다. 한국타이어는 고무 생산자를 교육시켜 품질을 향상하고 재배자의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