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회계법인 '갑질' 재제 강화한다

입력 2021-10-17 14:35
수정 2021-10-19 09:49
이 기사는 10월 17일 14:3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으로 기업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 회계법인의 '갑질' 등 부당행위에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곧바로 지정을 취소한다. 회계법인이 감사 받는 기업에게 이른바 '면피'를 위해 다른 기관이나 타회계법인의 의견서를 요구하는 등의 부당한 관행도 제한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지정감사와 관련한 감독지침·가이드라인 담은 ‘지정감사 업무 수행 모범규준’을 발표한다고 17일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행정지도 제정 절차에 따라 다음달 시행된다. 2018년 11월 개정된 신(新) 외부감사법에 따라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올해 전체 상장사의 51.6%인 1253개 기업이 감사인을 지정받게 된다.

모범규준은 감사인력과 시간·보수 등 감사계약 관련 사항에 대한 지정감사인과 회사 간 협의를 의무화한다. 회계법인 등이 지정감사인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따로 제3자 검증 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도 제한한다. 수 억원의 비용이 드는 디지털포렌식(회계부정조사)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도 명문화했다.

부당행위 신고센터의 경우 기존에는 감사 보수 관련 사항에 한정됐으나 앞으로는 감사서비스와 관련한 애로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한다. 부당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합리적 사유없이 조정에 불응하는 지정감사인에 대해서는 우선 감사인 지정을 취소하고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사실관계를 조사, 제재 조치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센터에서는 모범 규준에 따른 부당행위 전반에 대한 신고를 받고,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처리한다.

직전까지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과 새로 지정된 감사인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 해결 절차도 구체화했다. 공인회계사회가 주도하는 ‘전·당기 감사인 간 의견 조정협의회’를 통해 의견 불일치를 조율하도록 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12월 말까지 운영준비를 마치고 내년 1월 1일부터 조정신청을 받기로 했다.

표준감사시간 운영도 유연하게 조정한다. 지금까지는 표준감사시간이 마치 최저 감사시간에 가깝게 운영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표준감사시간의 성격에 대한 내용을 모범규준에 명문화했다. 감사시간이 여타 기업이나 전년도 감사시간 등에 비해 비합리적으로 과도하게 낮은 경우에만 불이익 조치를 부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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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