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인재들] 선배의 한마디 말 때문에···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사연

입력 2021-10-15 11:23
수정 2021-10-18 10:17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요? 마인드 차이죠. 어떻게든 내가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려고 할 때와 어떻게든 만들어보려는 그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조기현(38) 스포카 도도카트팀장의 이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하는 물의 원리마냥 규모가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옮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 뛰는 일을 마주했을 때다. 그의 첫 직장은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에프엠에스였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조 씨는 대학시절, 전공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프로그래밍으로 날고 기는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느끼던 무렵,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로스쿨이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제 스스로가 그리 실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졸업할 때쯤 로스쿨이 생기는 걸 보고 저걸 해야겠다 싶었어요. 2년 정도 준비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경고 같은 통보를 하셨어요. ‘더 이상 지원은 없다’라고요”

로스쿨에 확신이 있었던 조 씨는 취업 후 공부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당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회사였던 효성에프엠에스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한 그는 주경야독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고시생, 취준생 시절을 보내던 그에게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주는 월급이 함정이었다.



“대학 다닐 땐 제 실력이 좋은지 몰랐는데 회사에 들어가니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신이 났죠. 더군다나 월급도 주니 더 좋았죠. 고민 고민하다 로스쿨보다 회사를 선택했어요.”

“미친 듯이 일 할 수 있어” 라는 말 한마디에 이직 결심
7년 간 첫 직장에 몸담았던 조 씨는 선배의 말 한마디에 이직을 결심했다.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곳, 일하면서 쓰러져도 좋은 곳’이 있다는 선배의 말에 7년 동안 이력서 한 장 써보지 않은 그의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영업팀에 있던 선배가 우아한형제들로 이직한 뒤 만났는데, 저에게 자랑을 늘어놓더라고요. 스타트업이 미친 듯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요. 효성에 근무할 때 우아한형제들과 기술미팅을 몇 차례 가진 적 있었는데, 첫인상은 그리 좋진 않았어요. 왠지 애들이 다니는 회사 같았거든요. 근데 선배의 말을 들으니 제 마음이 동요되더라고요.(웃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조 씨는 선배의 말처럼 미친 듯이 일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말 그대로 스스로 일을 찾아다니면서 말이다. 기존의 업무 스타일과 다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기업 문화도 180도 달랐다. 개발자도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야 하는 전 직장과는 달리 격식 없는 편한 복장은 스타트업의 일상이었다. 그들에겐 프레젠테이션 자료보다 노트북이 오히려 실용적이었다.

“가장 달랐던 건 마인드였어요. 대기업에선 타 사와 미팅할 때 기술을 적용시키려는 기획자와 보수적인 개발자와의 마찰이 종종 발생하는데, 스타트업은 기획자와 개발자 모두 어떻게든 서비스에 적용시키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잘 만들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걸 보고 격식보다 성과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한다는 걸 알았죠.”

더 가슴 뛰는 일 찾아 또 한번의 이직
조 씨는 광고 모듈 플랫폼 기획자에서 주문결재 기획팀장을 거치면서 스타트업에 적응할 무렵, 여러 스타트업에서 러브콜이 왔다.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 중 스포카도 있었다. 조 씨의 마음을 움직인 건 최재승 스포카 대표의 말 한마디였다.

“우아한형제들에서 5에서 10을 만들었다면, 스포카에서는 0에서 10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온전히 하나의 서비스를 기획해 완성까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로 대형 인수 프로젝트가 코앞이던 2020년 11월 조 씨는 스포카로 이직했다. 정부 승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아깝지 않느냐’, ‘조금만 더 기다려라’, ‘후회 안 할 자신 있느냐’는 걱정 섞인 조언이었다.

“사실 그 고민보다 제 용기가 조금 더 컸던 것 같아요. 미래의 이익을 기다리는 것보다 도전할 목표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돌이켜보면 이직 당시 도도카트가 성장 중이었지만 그 다음 플랜이 모호했어요. 그래서 딱 한 달만 더 일찍 이직했으면 더 많은 것들을 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스타트업 이직? ‘성격’이 가장 중요해
조기현 씨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이직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그는 ‘성격’을 꼽았다.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보다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맞는 인재라고 그는 설명했다.

“스타트업 특성상 누군가가 일을 주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할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 실행시켜야하죠. 최근 들어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많이 하는데, 본인과 맞지 않아 후회하고 다시 돌아가는 분들도 많아요. 이직 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이직을 준비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같아요.”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