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국회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일본 정계가 총선 정국에 돌입했다. 국회 해산은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지 10일, 총선은 중의원 해산으로부터 17일 만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일본 헌법상 국회 해산은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천황이 실시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총리가 유리한 타이밍을 정해 언제든지 해산하는 방식이다. 국회 해산이 '총리의 전권사항', '총리 전가의 보도'로 불리는 이유다. 참고로 해산은 중의원만 해당된다. 상원에 비유되는 참의원은 해산이 없다. 참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선거를 치러 절반씩을 새로 뽑는다.
현재의 헌법이 시행된 이후 임기 만료로 인한 중의원 총선은 1976넌 미키 다케오 총리 내각 당시 1차례 뿐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해산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번 선거는 '임기 만료로 인한 두번째 총선'이 되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총선이 임기 만료(10월21일) 이후 치러지는 것 역시 미키 내각 이후 두번째다.
중의원 의석은 465석이다.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 후보 1명을 중의원에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전국을 11개 블록으로 나누고 정당에 투표를 해서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비례대표제가 섞여 있다. 소선거구제로 뽑는 의원은 289명, 비례대표제로 뽑는 의원 176명이다. 비례대표 블록은 홋카이도(8석), 도후쿠(13석), 호쿠리쿠신에쓰(11석), 북간토(18석), 도쿄(17석), 남간토(22석), 도카이(21석), 긴키(28석), 주고쿠(11석), 시코쿠(6석), 규슈(20석) 등 11개로 나뉘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4월 통계를 바탕으로 일본 국회를 분석한 '차트로 읽는 정치'를 연재했다. 이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현행 헌법에 기초해 실시된 중의원 선거는 25차례. 미키 내각의 1976년을 제외한 24차례는 모두 해산 총선거였다. 총선에서 해산까지 걸리는 평균 일수는 약 1000일이었다. 중의원의 법적인 임기는 4년이지만 실제로는 3년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해산 시점은 직전 총선 후 3년을 지났을 때가 11회로 가장 많았다. 2~3년 사이가 7회로 뒤를 이었다. 임기 만료를 반년도 남기지 않고 중의원을 해산 한 것은 1952년, 1990년, 2000년, 2009년 등 4회였다. 이번 총선으로 5회째가 된다.
이번 총선 이전까지 가장 임기만료에 근접한 해산은 2009년 아소 다로 총리 내각이었다. 임기 2개월을 남긴 1410일째에 해산을 결정했다. 내각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임기에 몰려서 이뤄진 해산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은 대패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나머지 3번의 '아슬아슬 총선'도 모두 제1당의 의석수가 줄었다. 1952년 자유당은 45석, 1990년 자민당은 20석, 2000년 자민당은 38석을 잃었다. 임기에 쫓겨서 하는 해산은 집권당에 불리하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난다.
역시 기시다 총리에 의해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최단 기간의 해산은 1953년 요시다 시게루 총리의 5개월 만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바카야로(바보자식) 총선)으로 불린다. 요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상대당 의원에게 "바카야로"라는 욕설을 한 게 문제가 돼 내각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일본 헌법은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10일 이내에 내각이 총사퇴하거나 국회를 해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산시기는 11월이 4회로 가장 많았다. 6월, 9월, 10월,12월이 3회씩이었다. 상반기가 8회, 하반기가 16회였다. 상반기 해산이 드문것은 일본의 통상 국회 회기 중이기 때문이다. 총리가 예산심의나 중요법안의 심의를 다루는 통상 국회를 멈추고 해산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