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측정한 올 상반기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업로드 순간 최고 속도는 209Mbps였다. 1기가바이트(GB) 영화를 올리는 데 약 1분이 걸린다는 뜻이다. 소비자 사이에서 “5G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르면 연말부터 1GB 영상을 10초 만에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와 퀄컴, 버라이즌 등이 5G 데이터 전송 속도를 대폭 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플라노에 있는 자사 연구소에서 퀄컴, 버라이즌과 5G 기술을 시연한 결과 데이터 업로드 속도 711Mbps를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에릭슨이 갖고 있던 5G 업로드 최고 속도(417Mbps)를 경신한 세계 신기록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1GB 용량의 동영상을 약 10초 만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기술 시연에서 삼성전자는 5G 기지국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SW), 퀄컴은 모뎀칩·무선주파수(RF)칩 등 통신 부품, 버라이즌은 통신망 운용을 담당했다.
특히 퀄컴이 올해 개발한 5G 모뎀-RF 시스템 ‘스냅드래곤 X65’를 투입한 것이 신기록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업계에서 현존 최고 성능의 5G 칩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다운로드 최고 속도는 10Gbps를 웃도는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5G망이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내려면 28㎓와 같은 매우 높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5G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기술 시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전자 28㎓ 기지국 장비가 스냅드래곤 X65의 원활한 구동을 뒷받침했다. 2개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함께 사용하는 기술인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을 시연에 사용한 것도 전송 속도 향상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 X65의 생산도 담당하고 있다.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세 공정 운영 능력을 믿고 스냅드래곤 X65 생산을 위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퀄컴 등이 이번에 선보인 솔루션이 상용화되면 산업 현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팩토리나 로봇 등은 매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영상분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 내 불량품을 검출하는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향상된 5G 솔루션은 고화질 화상 회의를 막힘 없이 진행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비자도 혜택을 볼 수 있다. 고화질 콘서트 영상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바로 SNS에 올리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냅드래곤 X65는 연말께 스마트폰과 산업 현장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부터 28㎓ 기지국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르면 연말부터 시연에서 선보인 5G 솔루션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 “이번 시연을 통해 차별화된 5G 서비스와 몰입감 높은 사용자 경험을 실현하는 데 한 발 더 다가섰다”며 “5G 기술 혁신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의 통신 환경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