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여행·공연 예매 사업부를 2900억원에 인수한다. 하나투어와의 제휴에 이어 여행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벤처펀드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는 등 ‘실탄’이 넉넉해 향후 추가 인수합병(M&A)이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인터파크는 이사회를 열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야놀자를 선정했다. 이번 인터파크 인수전엔 야놀자를 포함해 여기어때와 글로벌 예약 업체인 트립닷컴 등이 참여했다. 인터파크는 지난 7월께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임하며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당초 야놀자는 예비입찰에 불참했으나 본입찰에 전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예상을 깨고 승기를 잡았다.
인터파크는 여행·공연 예매 등 기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신설 회사 지분 70%를 야놀자에 매각할 예정이다. 30%는 인터파크가 보유한다. 해당 지분 인수 가격은 2900억원이다.
야놀자의 이번 행보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여행과 티켓 예매에 강점이 있는 인터파크를 활용해 국내 아웃바운드(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여행)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놀자는 하나투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하나투어로부터 해외여행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게 골자다.
야놀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여행업 진출을 위해 만반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 호텔을 야놀자의 ‘디지털 우산’ 아래로 묶기 위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흥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도 호텔 수백 개가 야놀자의 디지털 호텔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총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호텔망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글로벌 여가 플랫폼이 야놀자의 지향점이다. 공연 및 여행 부문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인터파크와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파크는 1997년 데이콤 사내벤처로 출범해 국내 최초의 종합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2004년 이후 옥션 등 e커머스 경쟁사들이 부상한 데다 유통사들이 잇달아 자체 쇼핑몰을 출범시키면서 입지가 위축됐다. 2008년엔 알짜 자회사인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하면서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점유율은 2.4%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과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작년엔 적자 전환(111억원 영업손실)했다. 하지만 공연·티켓 예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특화된 점이 매수 후보들을 끌어당길 경쟁력으로 평가됐다.
차준호/박동휘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