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선행학습을 시켜야 할까. 이런 질문에 어느 정도 해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책이 나왔다.
《영어의 아이들》(조지은·안혜정·최나야 지음, 사이언스북스)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서울대 교수 등 세 교수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먼저 자신의 경험을 밝힌다. 안혜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영어 논문 쓰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고3 때까지 영어를 잘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영어가 좋아 콩글리시든 몸짓 발짓이든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이렇게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책의 핵심 주장이다.
영어유치원도 꼭 보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모국어인 한국어가 충분히 자리잡고 언어의 틀이 형성된 후에 영어를 배워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조사 결과, 영어 학습 불안감은 영어유치원 아이들이 더 높았다. 자칫 영어는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이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키울 위험이 있다.
책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흥미는 물론이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법에 안 맞아도 괜찮고, 콩글리시라도 상관없다. 단어를 일부러 외울 필요도 없다. 단수와 복수, 관사 같은 것도 신경쓰지 말고 그냥 말하라고 권한다.
《초등공부, 스스로 끝까지 하는 힘》(김성효 지음, 해냄)은 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이 쓴 책이다. 교사로서 관찰한 결과,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공부를 잘했다. 그 반대가 ‘나는 해도 안 돼. 나는 공부 못하는 아이야’라고 생각하는 아이다. 그는 부모들에게 점수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게 ‘넘어지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칭찬하고,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쉬운 문제만 풀려고 한다. 틀리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력도 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자기 수준보다 살짝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풀어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시험 기간이 되면 더 공부를 미루는 아이, 평소엔 잘하다 실수를 하는 아이에 대한 처방 등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가득 담겼다.
《한국어 수업 이야기》(이창용 지음, 프시케의숲)는 20여 년 동안 1만5000시간 넘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한국어 교원이 썼다. 책은 수업 시간에 벌어지는 ‘진땀 나는 질문들’로 시작한다. 예컨대 왜 떡볶이는 볶지도 않고 조리거나 끊이는데 떡볶이인지, 왜 낙지볶음이나 순대볶음처럼 떡볶음이 아니라 떡볶이인지 묻는다. 그럴 때면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문화가 달라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우리 식으로 ‘언제 밥 한번 먹자’가 콜롬비아에선 ‘금요일에 만나자’다. 콜롬비아 사람에게 금요일에 만나자고 했다면, 그저 지나가는 인사말로 알아듣고 약속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이 보는 한국어와 외국인이 보는 한국어는 전혀 다르다. 이미 자기 나라 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들에겐 ‘고기’를 ‘코기’로 안 쓰는 것부터가 난관이고, ‘도’를 ‘ㄷㅗ’로 풀어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한국어의 특성을 깨닫는 과정이 눈길을 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