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은 여전히 미지(未知)의 나라다. 대부분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이 어디에 있는지, 수도는 어딘지, 어떤 말을 사용하고 대표적인 문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김태희와 전지현이 밭을 매는 나라’라는 ‘카더라 통신’이 전설처럼 내려올 뿐…. 그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같은 ‘스탄’으로 이름이 끝나는 수많은 나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로 한국인 최초의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압축적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과거와 오늘을 소개한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즈베키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사람들의 이동과 결합, 문명의 교류와 대립, 토착민과 외부 세력 간의 마찰과 공존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특히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1990년대 이후 현대 우즈베크 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주요 정책을 정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각종 그림 자료와 표, 사진도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즈베키스탄과 관련해선 불투명한 것 천지다. 이는 저자의 노력 부족 탓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독립 이후 아직 국가 차원에서 인구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30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인구를 두고 주요 국제기구와 우즈베크 통계청 간 편차만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전체 인구의 82%를 차지한다는 우즈베크족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정부 통계상 24년간 1000만 명 넘게 증가했다는 믿기 힘든 수치를 보이는 우즈베크족은 14세기 이전에는 어떤 문헌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16세기 초 칭기즈칸의 후손인 샤이반니칸을 따라온 무리인 ‘우즈베크’와 오늘날 우즈베크족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여기에 제국주의 시절 강대국들의 ‘그레이트 게임’이 남긴 상흔과 옛소련 시절 스탈린의 소수민족 정책이 우즈베크 사회에 혼란과 복잡함을 더했다. 우즈베키스탄 역사의 복잡성은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우선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오랜 기간 다양한 주체들이 역사를 써 내려갔다.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 아미르 티무르를 비롯한 세계사의 영웅들이 이 땅에 흔적을 남겼다. 불교와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가 성쇠를 반복했다. 동서 교역의 전성기에는 ‘글로벌 허브’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
다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 한국어로 나온 것은 뜻깊은 일임이 분명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