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벤츠까지 다 하는데…현대차만 못하는 '이것'

입력 2021-10-14 22:00
수정 2021-10-14 23:39

수입차 업계가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본격화했다. 테슬라를 필두로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진출을 준비하는 브랜드까지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이처럼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지만 국산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온라인 판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미국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스타필드 하남에 전시장을 열면서 국내 진출 이후 100% 온라인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인건비와 판매 수수료, 매장 유지비 등을 절감하겠다는 의도다. 초기에는 온라인으로는 차량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왔지만, 기술 발전으로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때마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도 영향을 끼쳤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흐름에 합세했다. 중고차에 이어 신차까지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세부 모델과 색상에 따라 100종에 가까운 신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모델명·바디 타입·연료·엔진 출력·색상·가격 등의 필터를 설정해 원하는 차량을 빠르게 고를 수도 있다. 100만원을 결제하면 원하는 차량을 '즉시 예약'으로 선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취소할 경우엔 전액 환불해준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상담도 제공한다. 최종적으로 잔금을 치르고 차량을 받으려면 매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구매 과정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BMW도 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2019년 'BMW샵 온라인'을 오픈해 매달 독특한 색상을 입혀 희소성을 높인 한정판 모델을 선보인다. 같은 그룹 미니 코리아도 지난해 '미니 샵 온라인'을 열고 올해 총 5가지 온라인 한정판을 선보였다. BMW와 미니 모두 높은 희소성 덕분에 온라인에 신차를 내놓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볼보 역시 내년 국내 출시할 전기차 XC40 리차지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온라인 고객 직접 판매(D2C)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께 국내 진출 예정인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폴스타가 국내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거론되는 전기 세단 폴스타2는 최대 540km(유럽 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해 테슬라 모델3의 '경쟁자'로 꼽힌다. 아우디코리아와 푸조·시트로엥도 온라인 구매 예약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온라인 판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온라인 판매 행보는 지지부진하다.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면서도 차종이나 수량에 큰 제약을 두는 식이다.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 반대를 감당하기 어려워 '반쪽 판매'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GM)은 더 뉴 카마로 SS에 이어 올해 출시할 계획이던 전기차 쉐보레 볼트EUV에도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4000대 넘는 주문이 몰렸지만 출시 직전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전량 리콜을 결정하면서 연내 출시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쉐보레 볼트 EUV는 내년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더 뉴 카마로 SS와 볼트EUV 외의 차량은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차는 한정된 수량에 특별 혜택을 추가 제공하는 '온라인 스페셜 픽' 캠페인을 매달 펼치고 있다. 2022년형 SM6·QM6·캡처·마스터 버스 등 비교적 다양한 차종을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재고 수량을 확인해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구입을 위한 본계약은 대리점을 통해야 하는 데다 수량도 소량만 가능하다. 이달의 경우 SM6 30대, QM6 16대, 캡처 3대 등이 대상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강화하는 현대차도 국내에서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만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그나마도 노조의 인터넷 판매 중단 요구에 맞닥뜨렸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인터넷 판매로 조합원 6000명의 고용이 위태롭다며 인터넷 판매 금지를 위한 재협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아도 전기차 EV6의 온라인 판매를 계획했지만 노조 반대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 온라인이 대세"라며 "이제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영업지점 못지 않게 다양한 차량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쟁력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