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보 고위직원, 보증심사 대가로 '고급 승용차' 사적 유용

입력 2021-10-14 09:21
수정 2021-10-14 13:49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 고위 간부가 피평가 대상 기업 중 두 곳으로부터 리스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등 수천만원 상당의 금전적 이득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기보의 2급 간부인 A씨가 자신이 보증 평가 실무를 담당한 직무관련 업체 두 곳으로부터 각각 제네시스를 2016년부터 약 4년간, 스파크를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가족과 함께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수천만원 상당의 금전적 이득을 거뒀다. A씨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로 경찰에 고소돼 여죄를 조사받고 있는 중이다.

기보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심사·평가하여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산자부 산하 정부출연 기술금융 전문 지원기관이다. 기보 간부의 비위 사실이 피평가 대상 기술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A씨가 보증해준 회사 중 한 곳은 부도가 난 상항으로 수십억원대의 채권 추심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보는 지난 2013년과 2015년, 2016년, 2017년 등에도 직원의 금품 향응 등 수수금지 위반 비리가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면직 처분됐다. 황 의원은 기보에 이 같은 비위가 계속되는 이유로 평가 항목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기보의 기술평가 관련해 정량평가는 총 11개 항목으로 전체 평가 35.5%에 그친 반면, 정성평가는 총 20개 항목으로 64.5%에 달한다.

황 의원은 "국감 및 감사원 감사를 통한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보증 관련 비리들이 발생하고 지적 사항 등에 대해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기보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며 "이같은 비리가 척결되기 위해서는 객관성이 높은 정량 평가 비율을 상향하고 보증 자금 사용 내역의 확인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