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경제, 행정, 문화가 집중된 중구는 역설적으로 ‘공간의 빈곤’을 겪는 곳입니다. 땅값이 비싸 개발하기가 쉽지 않죠. 이런 중구는 공공시설 혁신을 통해 5년 내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에 중구 지도를 바꾸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매일 새벽 5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골목을 살피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약속도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주택 들어선 복합청사 추진중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작은 구다. 면적은 9.96㎢로, 서울시의 1.6%에 그치고 인구수는 12만3000명으로 가장 적다. 반면 땅값, 건물값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서 청장이 공간혁신에 ‘올인’하는 이유다.
서 청장이 그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서울메이커스파크 건립과 중구청 신축 이전 사업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준공 목표는 2026년이다. 서 청장은 “주민 70%가 거주하는 동측(현 충무아트센터 부지)으로 구청을 옮기고 공구·조명·타일·인쇄 등 1만여 개의 제조업체가 모여 있는 을지로 일대에는 도심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지원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구청 자리에 들어설 서울메이커스파크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입주하고 교육도 받으며 경쟁력을 키우는 ‘지식산업센터’와 400여 가구의 공공주택, 충무아트센터 등 문화 편의시설까지 들어서는 복합공간이다. 충무아트센터 자리에 새로 지어지는 중구청은 청사와 구의회, 도서관, 스포츠센터, 어린이집을 비롯해 약 300가구의 공공주택도 포함된다.
서 청장은 “이들 사업은 4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지만 구민이 내는 세금은 1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비 중 3000억원을 선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원은 현 구민회관 매각 비용으로 충당한다.
이뿐 아니라 회현동 공공청사와 중부소방서·보건소 복합화 사업, 인쇄 스마트앵커 건립을 비롯해 공공시설 46개소, 120개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 인프라에 시 예산 지원해야”하지만 공공시설 복합화사업의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구가 서울시에 관련 사업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시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서 청장은 “주거와 문화, 공공서비스가 공존하는 공공시설을 만들기 위해 저층부 편의시설에 대한 인센티브를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자치구에 시비 보조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각 공공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공영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체육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계획된 공공시설 공공주택 공급 규모만 해도 총 1682가구에 달한다. 중구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미 서울시가 구로구에 48억원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공로수당, 복지부 반대에 방향전환서 청장은 보건복지부와 이견이 있던 공로수당과 관련해선 “사용처를 바꾸는 대신 지원 규모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월부터 공로수당이 ‘어르신 영양더하기 사업’으로 바뀐다”며 “매월 10만원이 제공되는 건 동일하지만 사용처가 슈퍼마켓, 정육점, 농수산물 판매점, 음식점 등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만 65세 이상에 매월 10만원씩 공로수당을 지급해 왔지만 복지부는 기초연금과 혜택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며 기초연금 국고보조금 중 10%(약 31억원)를 감액 지급한 바 있다. 서 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서 노인복지를 강화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페널티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초연금 30여만원으로 부족한 생계비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수정/신연수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