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날 좋은 봄·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연기·취소되거나 비대면 등으로 대체 진행됐다. 제법 선선해져 가을을 물씬 느끼게 하는 요즘, 이번 가을과 돌아올 봄에는 ‘축제’들을 마음껏 만나고픈 욕심이 난다.
‘공연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짝수 해 11월에 열리는 국제 공연 마켓이 있다. 공연예술 비엔날레 ‘시나르(CINARS :Commerce International des arts de la scene)’다. 1984년 시작할 당시엔 자국 작품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전 세계 공연 관계자가 찾는 국제적 행사로 성장했다.
캐나다 출신 연극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와 서커스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태양의 서커스’가 시나르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전 세계 공연 작품을 대상으로 신청받으며, 이 중 우수 작품을 선정해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올린다. 한국 작품들도 이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나는 2016년 캐나다 대사관의 초청으로 시나르를 찾은 적이 있다. 11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세계적인 퍼포먼스팀, 음악팀, 댄스팀 등 여러 장르의 수많은 공연팀의 열정이 뜨거웠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관계자들로 극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광경이 기억난다.
무엇보다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점은 퀘벡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 축제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었다. 문화 콘텐츠의 성장과 세계화를 위해선 자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원론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국내 대표적인 국제 공연예술 축제이자 마켓으로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있다. 매년 6월 열리는 아시아 대표 뮤지컬 축제다. 뉴욕, 런던과 함께 대구를 세계 3대 뮤지컬 도시로 부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국 뮤지컬의 위상을 국제 무대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열리고 있는 DIMF는 지역이 국가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성공적 개최를 이어가고 있는 긍정적 사례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제2의 시나르와 파리 아비뇽 연극페스티벌,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영화제이면서 마켓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우리 영화산업의 세계화 발판을 마련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열정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와 정부의 지원과 투자, 정책적 지원으로 부산을 세계적인 영화의 도시로 급부상시켰다. 자국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한다면 분명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지역 기반의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 K퍼포먼스와 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