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약값 논란, 美 정부 지원 받고도 적정가 35배

입력 2021-10-13 17:09
수정 2021-10-13 17:10


미국 제약사 MSD(머크·MRK)에서 개발한 몰누피라비르의 약값이 적정 가격보다 35배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선 정부 지원을 받은 치료제 약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미 하버드대 교수팀과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 5일분을 생산하는데 드는 원료의약품(API) 등의 비용은 17.74달러다. 이들은 몰누피라비르 약값을 19.99달러로 책정하면 MSD와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가 10%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정적가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6월 미국 정부가 MSD와 몰누피라비르 170만명분을 계약하면서 발표한 약값은 12억달러다. 1인당 700달러 정도다. 연구팀이 추산한 적정 가격보다 35배 높게 가격을 책정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쿼츠는 올해 말까지 MSD와 리지백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면서 최대 7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치료제 후보물질은 에모리대 연구팀이 개발하던 것으로 지난해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에 개발권을 넘겼다.

비영리매체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에모리대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를 통해 2013년과 2015년 1000만달러 넘는 자금을 지원 받았다.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도 에모리대에 1900만달러 넘게 지원했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개발을 위해 2900만달러 넘게 지출한 것을 고려하면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주장에 대해 리지백 측은 몰누피라비르 개발권을 넘겨 받은 뒤 미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웬디 홀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몰누피라비르 제조를 위해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MSD는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라 약값을 달리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0여개 국가의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센스를 부여하면서다.

인도에선 이미 다섯개 제약사가 MSD와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생산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인도 정부에 몰누피라비르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등록한 제약사도 10여곳에 이른다. 인도제약사 에베레스트 오르가닉스는 12일(현지시간)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생산을 위한 API 제조를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자국에서 1인당 880~1000루피에 몰누피라비르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로 1만4000원~1만6000원 정도다. 미국 정부가 구입한 약값이 83만50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56분의 1수준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