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이대로 가다간 폭탄 터진다"…경제학자들 '경고'

입력 2021-10-13 10:57
수정 2021-10-13 11:23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고 체념한 젊은 세대들이 비생산적이고 투기적 행위를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우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자들이 가계부채발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했다는 고언도 나왔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중단 등 금융감독 대책보다는 집값부터 안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학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경제토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학회의 경제토론 패널에 속한 경제학자 2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올해 1분기 105%를 기록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설문조사에 조사대상의 100%가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높은 수준'이라는 답변이 전체 57%, '매우 높은 수준'이란 답변은 43%에 달했다. 이우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라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2분기 17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자산거품 붕괴에 대비해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불어난 배경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자금 수요에서 비롯했다'고 평가했다.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가 상당한 차입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불어난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임대차 3법 이후 대출수요는 전세금 대출로 번졌다"고 평가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주거비용의 증가가 그 원인"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공급정책의 실패에서 비롯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제어하기 위한 방안을 묻자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의 61%가 '부동산시장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그 뒤를 '금리정책 및 유동성관리'(18%). '지속적 경제성장'(11%), '적절한 금융감독'(4%) 등이 이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한국은행 어떤 기준금리 정책을 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제적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대출 수요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며 "만약 금리인상 시점을 미루면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리인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가격 상승을 촉발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상당한 내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