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가까운 추위에서 살아남는 벼 만든다

입력 2021-10-13 10:23
수정 2021-10-13 10:30
벼의 냉해 저항성을 최대 7배 높일 수 있는 실마리가 남극에서 발견됐다.

극지연구소는 연세대 김우택 교수와 함께 남극좀새풀에서 벼의 냉해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 'DaADF'를 분리해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식물엔 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액틴'이란 물질이 있는데, DaADF 유전자는 액틴의 구조를 쉽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추운 지역에서 단열성이 높은 집을 짓는 것처럼 DaADF 유전자가 식물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추운 환경에 유리한 형태로 액틴을 변형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DaADF가 주입된 벼가 영상 4도에서 평균 53%, 최고 62% 생존하는 것을 확인했다. 영상 4도는 벼가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온도로, 일반 벼는 이 조건에서 8% 정도만 생존한다.

남극은 계절에 따라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다르고 여름철에도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워 식물이 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남극에서 살아가는 식물은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2가지 뿐이다. 남극좀새풀은 0도에서 광합성 능력을 30% 가량 유지할 정도로 저온 환경에 강하면서, 벼와 유전적으로 유사하다. 앞서 연구팀은 지난해 남극좀새풀에서 수분 증발을 막고 내부에 에너지가 쌓이는 것을 돕는 유전자 'GolS2'를 발견한 바 있다.

이형석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소한의 유전적 변형으로 신품종 벼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 편집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전문 학술지 '식물과학의 프런티어(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