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호출 시장의 절대강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 이슈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틈을 타 도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금융 플랫폼 토스가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인수했고, 글로벌 승차공유업체 우버를 등에 업은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타다, 가맹사업 확장 주력…우티, 글로벌 호환성 강점13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VCNC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했다. 토스는 12월 중으로 타다 서비스를 리뉴얼해 선보일 계획이다.
타다는 2018년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의 대표주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후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고 지난해 4월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으로 기존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지금은 개인·법인 택시 플랫폼 가맹사업 '타다 라이트'를 운영 중이다.
토스는 당분간 타다 브랜드와 어플리케이션(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플랫폼 가맹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나 우버-티맵모빌리티 합작사 '우티'처럼 중개 사업이나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토스는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 최우선 과제인 만큼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사용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는 서울지역 기준 콜 발생 시 5분 내 배차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인수 직후부터 운행 대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토스증권이 첫 계좌개설 고객에게 주식 1주를 지급하는 이벤트로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소비자 대상 대규모 프로모션도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티도 이에 질세라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섰다. 우티는 연내 우티 앱(티맵택시)과 우버 앱을 통합하고 본격 마케팅에 돌입한다. 우버 앱을 통해 운영되던 우버의 가맹택시 서비스 '우버택시'도 '우티택시'로 이름을 바꿔 우티 앱에서 통합 운영되고 있다.
우티의 강점은 글로벌 호환성이다. 해외 어디서나 우버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플랫폼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티는 이날부터 베타테스트 중인 '뉴(New) 우티'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경우 횟수에 관계없이 요금 30%를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달 31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프로모션은 호출 1회 당 최대 3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앞서 우티는 서울에서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서울지역 승객에 한해 베타테스터 신청을 받아 이달 1~7일 3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프로모션은 기존과 달리 베타테스터 이외의 일반 고객으로까지 확대 적용했다.카카오모빌리티, 점유율 높지만 독점 논란 '발목'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운송·가맹·중개 가운데 가맹택시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이다. 각 업체가 자사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도 큰 부담을 지지 않는 모델은 '가맹택시'가 유일하다. 국내 택시시장 규모는 연 매출액 기준 약 12조원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2만3000여대를 확보해 전체 가맹택시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일반택시 호출 시장에서도 점유율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수치로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 8월 기준 택시 호출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카카오T 1016만명, 우티 86만명, 타다 9만명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하지만 견고한 카카오의 독주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카카오에 대한 정치권 때리기로 흔들리는 가운데 토스가 재빠르게 타다를 인수하면서다. 업계는 이번 토스의 타다 인수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확장에 한계를 겪는 상황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골목상권 침투 문제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토스-타다, 우버-티맵 연합군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들의 프로멤버십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고 특정 시간대 호출 요금을 올리면서 이용자와 기사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향후 타다와 우티가 몸집을 키워 카카오와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카카오의 독점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되고 기사·승객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택시 결제 시장서 핀테크-모빌리티 시너지 노려이처럼 모빌리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핀테크와 모빌리티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연간 12조원 시장의 택시 결제를 자사의 금융 플랫폼과 연계시킬 경우 안정적 거래 금액 확보는 물론 부가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모빌리티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핀테크와 결합이 활발한 분야다. 카카오가 그렇고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동남아 주요국에서 결제, 금융사업을 확장 중인 그랩(Grab)도 마찬가지다. 이용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인 게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타다를 인수하기로 한 토스는 카카오페이와 그랩처럼 토스 결제 등 금융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처럼 핀테크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우티의 양자구도에 타다가 참전하면서 이용자들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 수수료 인하 등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핀테크와 모빌리티의 결합은 세계적 트렌드여서 우티도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과 모빌리티, 데이터 축적과 세계 시장과의 호환성, 독과점 문제 등 모빌리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점유율로만 시장 판도를 바라봐선 안된다"며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이동이 활발해지는 내년부터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