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가마 만주·두빵이·메롱이…천안으로 '빵지순례' 떠나볼까

입력 2021-10-13 15:44
수정 2021-10-13 21:15

충남 천안이 ‘빵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소문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집투어’가 새로운 관광테마로 부상하면서다. 천안에는 동화 속 마을을 닮은 곳 빵집 뚜쥬루가 있다. 거북이 빵과 팥앙금과 호두의 절묘한 조화로 달지 않은 돌가마 만주가 인기가 높다. 스페인 화산석으로 만든 돌가마로 구워 겉은 바삭한 빵을 맛보기 위해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또 다른 빵집인 몽상가인은 72시간 저온 숙성 바게트와 통밀빵, 몽상밤파이가 유명하다. 몽상밤파이는 공주 생밤과 밤꿀, 연유를 넣은 앙금으로 파이를 만든다. 브레드보드의 두빵이와 메롱이, 오리지널 호두 범벅, 먹깨비 호두빵, 소보로 호두빵, 떡먹은 호두빵도 인기 상품이다. 이 밖에 시바앙과자점의 호두롱, 지씨브레드의 크루아상과 호두다쿠아즈도 인기 메뉴다.

천안시는 빵집 14곳을 지역 대표 맛집으로 선정했다. 일반음식점에 한정했던 맛집을 제과 업종으로 확대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맛집으로 지정한 빵집은 △감성빵집 △꼬망스케익 △듀팡과자점 △뚜쥬루과자점 △못난이꽈배기 △몽상가인 △브레드보드 △수제빵연구소 △시바앙과자점 △호도원 본점 △지씨브레드 △천안당호두과자 남천안점 △천안옛날호두과자 본점 △할머니학화호두과자 터미널본점 등이다. ○빵빵데이 천안, 빵지순례 행사 열려천안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제외한 개인 빵집 300여 곳에서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시는 지난 10일을 ‘빵빵데이’로 지정하고 국민 참여 이벤트를 열었다. 전국에서 6797명(2329개 팀)이 ‘빵집투어’ 참가를 신청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시는 인플루언서 33개 팀 100명을 ‘빵지 순례자’로 임명해 천안 빵집을 평가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빵집 후기를 작성하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84개 지역 빵집들은 방문객을 위해 10~20%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시는 맛집으로 선정된 빵집에 표지판을 붙이고,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등 ‘빵의 도시 천안’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호두과자·수제빵 명품화 지원 천안이 빵의 도시로의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엔 호두과자가 있다. 천안 호두과자는 대전 성심당(1951년)과 전북 군산 이성당(1945년)보다 앞선 1934년 생겼다. 호두과자는 호두 모양의 빵틀에 밀가루 반죽과 호두, 앙금을 넣어 만든다. 1960년대부터 천안역과 터미널 주변에 10여 개 제과점이 집중적으로 생겨났고, 2018년까지 열차 안에서도 호두과자가 판매됐다.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천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호두과자는 식감이 과자보다 빵에 가깝다. 천안에서는 호두과자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제빵기술이 발달했고 최근 들어 수제 빵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천안에는 빵과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도 있다. 천안 수신면에는 대신제과가 있다. 이 회사는 호두과자 재료와 제조기기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0여 곳에 공급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 판매장 대부분이 이 회사의 원료를 사용한다. 영등포역, 천안역, 서대전역 등 전국 철도역에도 직영매장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천안 호두과자의 전통을 잇기 위해 호두과자 반죽과 제조방법 등 14개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천안 제2산업단지에는 신세계푸드 천안공장이 있다. 2004년부터 1000억원 규모의 빵과 케이크, 과자 등을 생산한다.

시는 호두과자와 빵을 명품화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호두과자 체험관과 판매장을 설치하고, 천안 빵에 얽힌 역사적 인물과 스토리를 담은 ‘천안의 빵이야기’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또 흥타령춤축제 행사장에 빵 홍보관을 설치해 전시·체험·판매행사를 열어 국내외 관람객에게 명품빵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박상돈 시장은 “빵산업을 천안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해 천안의 소중한 자산인 빵집을 널리 알려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