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커진 2차전지株…밸류에이션 따라 저가매수로 대응을

입력 2021-10-13 16:13
수정 2021-10-13 16:14

2차전지주가 급락세다.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조정받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반대매매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실적 기반)에는 문제가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따라 저가 매수로 대응하라는 조언이다. ○높아진 변동성이달 들어 8일까지 음·양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은 11.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9.38%), SKC(-6.80%), 천보(-5.31%) 등 2차전지 업종이 소재를 특별히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음극재 투자가 이사회에서 반려된 SKC로 인해 반사이익을 받은 동박 부문 경쟁사 일진머티리얼즈가 0.48% 오르며 자리를 지킨 정도다. 이들 종목 외에도 2차전지 소재·장비주는 시장 평균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


그동안 2차전지 상승세가 높았던 만큼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에코프로비엠만 하더라도 9월 한 달간 45.75% 올랐다. 2차전지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물량까지 더해지자 변동성은 더 커졌다. 2차전지주 변동성 파도를 미수 거래로 올라탄 개인이 많았던 탓이다. ○엇갈린 밸류에이션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재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많게는 60~70배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2차전지주 내에서도 밸류에이션이 엇갈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개월 전 88배에서 74배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업종 내에서는 높은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도 40~50배 하던 PER이 지난달 60배로 뛰어오른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업종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1개월 전 60배에서 78배로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운 수준에 닿았다.

일진머티리얼즈도 같은 기간 PER이 35배에서 46배로 높아졌다. 하지만 동박 경쟁사인 SKC는 29배에서 25배로 오히려 떨어지며 두 회사 간 밸류에이션 차이는 더 벌어졌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진출이 이사회 반대에 부딪히면서 시장에서 투자 확대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을 받았다. ○“시간이 해결할 것”밸류에이션 부담은 단기적일 뿐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는 2023년이나 2024년의 실적을 현 주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12개월 선행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니다”며 “지금을 매수 기회로 삼으면 내년에는 더 높은 주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섣부른 매수는 자제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관망하면서 분할 저가 매수에 나서라는 조언이다.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성장주의 차익 실현 욕구가 전반적으로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높은 밸류에이션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수급 문제로 주가가 더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