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최근 한 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했다. A는 발령받은 은행 지점이 현재 사는 곳에서 너무 멀어 걱정됐다. 출근 후 한 달 정도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보니 심신이 지쳐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는 직장 근처에 방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직장 주변 부동산을 알아보던 중 적당한 위치의 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즉시 집주인인 임대인 B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2년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일 계약금을 지급한 뒤 중도금 없이 잔금은 한 달 후 지급하기로 했다.
내심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이사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이전 임차인이 나가려고 하는 이유를 들었다. 윗집에서 들려오는 층간 소음이 너무 심해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A도 예민한 편이라 계속 고민을 하다 조금 손해보더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A는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가 맺은 계약은 상대방과 대금, 대금 지급시기 등 주요 내용을 확정해 체결했기 때문에 계약금 지급 여부를 불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확정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채무 불이행 사유가 있거나 특약이 없는 이상 A는 계약 내용대로 임대차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다만 A는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등을 계약금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지급했을 경우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수령자는 계약금의 두 배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각각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임차인 A는 잔금 지급 전까지 또는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포기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 B가 A와의 계약을 해약하고 싶을 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위에서 언급한 대로 B는 A가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함과 동시에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 표시를 A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때 임차인이 잔금 지급기일 전에 잔금을 지급해버리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잔금 지급일을 합의로 정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잔급 지급일 전에는 계약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맺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잔금 지급일 전이라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B가 위 내용 통지와 배액 상환을 하기 전에 A가 잔금을 미리 지급하는 경우 B는 계약을 해약할 수 없다.
이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계약금만 지급한 상황에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을 해약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위와 같은 요건과 효과를 고려해 최대한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고 상대방에게 의사 표시 및 배액 상환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가계약이라도 계약의 주요 내용이 정해진 경우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계약이 성립된 이후 계약을 임의로 종료시키는 방법은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곽종규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