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연일 전고점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다음달까지 채권 금리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며 단기채 중심의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12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채 금리는 0.114%포인트 오른 연 1.815%에 마감했다. 2019년 3월 7일(연 1.817%) 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0.073%포인트 상승한 연 2.447%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10월 8일(연 2.455%) 후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상승 속도다. 3년,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8월 말 대비 각각 0.42%포인트, 0.53%포인트 뛰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채 금리가 들썩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금통위 위원 중 2명이 소수의견(금리 인상)을 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동시에 미 국채 금리가 연 1.6%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에 육박하는 등 통화 긴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매수세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간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지다 보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상반기 채권 운용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난 한 달간 모두 잃었다”며 “채권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빠진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 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3년물 국채 금리가 연 1.7%를 넘어선 것은 기준금리가 내년 연 1.50%까지 오를 것을 받아들인 수준”이라며 “내년 기준금리를 연 1.25% 정도로 예상해 현재 시장금리가 과열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채권 금리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에는 한은 금통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 여부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이벤트가 있어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만기가 짧은 단기채 위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장기채는 듀레이션(만기)이 긴 특성상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단기채는 금리가 출렁일 때도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 단기채 비중을 높이고 장기채 비중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단기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287개 중 최근 1개월 동안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은 ‘한화단기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838억원)이다. 전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2478억원 순유출이 있던 것과 대비된다. ‘KODEX 단기채권 PLUS’ ETF는 이달 들어 8일까지 순자산총액이 3108억원 늘었는데, 이는 국내 상장된 ETF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남도현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결국 금리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장기채 투자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반면 단기채는 금리 상승 시 재투자를 통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