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대폭 상향한 것을 두고 자동차 업계 사측과 노조가 함께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정부의 NDC 상향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8일 정부는 2030년 NDC를 40%로 확정했다. 2030년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것. 다음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도 450만대로 제시됐다.
건의문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2030년 친환경차 누적생산 능력은 차량과 부품개발 소요 년수, 시설투자 등 여건을 감안하는 경우 300만대 이내다. 이를 넘는 보급 목표를 세울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3개 단체의 입장이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경영악화와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앞서 정부가 세웠던 목표인 2018년 대비 26.3%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385만대의 전기차 보급이 필요했다"며 "산업생산 약 3조원, 부가가치 약 1조원 감소와 고용 감소가 예상됐는데 (NDC 40% 상향으로 인해) 450만대 이상의 보급목표가 제시된다면 산업 생태계 와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계는 전기차 전환에 대응할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부품기업 82%가 매출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며 적자기업도 2017년 99개에서 2020년 190개로 증가했다.
전기차 부품 개발에 나선 기업의 경우에도 부품 1종 개발과 생산에 평균 3~6년에 걸쳐 13억원을 투자했지만, 이들 가운데 수익을 실현한 곳은 17.8%에 그쳤다. 여기에 양산을 위한 투자 기간도 7~8년이 추가되기에 목표 시점이 2030년인 정부 계획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도 예상된다. 일본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는 3만개의 부품이 사용되지만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준으로 줄어든다. 1만1000개 가량의 부품이 불필요해지는 것. 이에 따라 필요 근로자 수도 내연기관차 대비 70~80%에 불과하다.
3개 단체는 "합리적 보급목표 설정이 필요하며 내연기관 부품기업들이 대응능력을 갖도록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GM, 르노삼성 등 외투기업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어 2030년 생산이 불가능하다. 신차개발 R&D프로그램, 부품업체 사업재편 R&D프로그램 등 R&D 체제를 개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와 직업교육·훈련 확대 등 통합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전기차 보급은 불가피할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탄소중립위원회의 (과도한) 목표 설정이 부품업계 와해와 대규모 실직을 야기할 수 있다. 합리적인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부품업계와 노동차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