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셀러브리티의 '셀링 파워'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tvN의 인기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주연 배우 신민아 씨가 극 중에서 들었던 가방 3000여 개가 완판된 데 이어 드라마에 소품으로 등장한 책마저 베스트 셀러 순위에 진입했다는 소식입니다. 드라마 대본마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영향력이 서점가까지 강하게 밀려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7일 현재 드라마의 작가판 무삭제 대본집인 '갯마을 차차차1'과 '갯마을 차차차2'가 예약판매 하루 만에 해당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배우 신민아와 김선호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가 수록된 한정 초판은 출간 당일에만 9000여 부 넘게 예약판매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대본집은 20대(39.1%)와 30대(33.6%)가 주로 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세대로 종이에 인쇄된 책 구매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구매한 점이 눈에 띕니다. 남녀 성비는 1대9 정도로 여성층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극 중에 등장한, 예전에 출간된 책들도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홍반장 역의 김선호가 바닷가에 앉아 읽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은 10월 둘째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습니다. 윤혜진 역의 신민아를 위해 김선호가 꺼내온 시집 '에코의 초상'도 한국 시 분야 베스트셀러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에코의 초상'에 나오는 "당신을 부정하기 위해 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내 직업이다. …(중략)…그리하여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라는 클로즈업된 시구절이 여주인공(신민아)을 향하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던 주인공(김선호)의 속마음을 극적으로 대변했다는 평가입니다.
예스24가 '갯마을 차차차'에 '월든'과 '에코의 초상'에 노출된 일자를 기점으로 전후 1주간 도서 판매 증가율을 분석해 본 결과 각각 369%와 3257%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하니 드라마, 유명인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통상 콘텐츠의 내용이 중시되는 도서출판 시장에서 드라마나 예능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모습입니다.
출판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여성과 학생들이 많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실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등장한 책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책을 구매하는 동기가 어떻든지 간에, 책을 사고 책장을 넘기는 계기만 된다면야 좋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