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이러다 상폐될라…목구멍까지 차오른 벌점 [이슈+]

입력 2021-10-12 09:06
수정 2021-10-12 09:17


남양유업이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합병(M&A) '계약 미이행'(노쇼)으로 벌점 11점이 누적된 상태라 추가로 4점을 부여 받으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남양유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부과 벌점은 11점이고, 공시 위반 제재금은 2억2000만원이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 벌점이 1년간 15점을 넘는 상장사에 대해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한다.

거래소는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철회했고, 매각 계약과 관련한 소송 진행사실을 뒤늦게 지연 공시했다"면서 벌점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난달 1일 갑작스럽게 계약을 철회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코와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홍 회장은 지난 4월 남양유업이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한 것이 사회적 비판을 받자 지난 5월4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한앤코에 남양유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지난 7월29일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이를 연기하며 계약을 철회했다.



홍원식 회장과 한앤코는 서로에게 매각 결렬의 책임이 있다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 측을 상대로 31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매각 불발의 책임을 한앤코에 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 매각 거래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다. 앞서 홍원식 회장이 계약무산 및 해제를 발표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8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 매각 사실을 확정 짓기로 했지만 주주 총회를 거듭 미루다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회장과 한앤코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남양유업 주가는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7월1일 장중 81만3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오너리스크 해소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매각 계약을 철회한 직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재는 4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홍 회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3자 매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매각 추진 때 사전 합의사항들이 이행이 안돼서 지연되고 소송에 들어가 있는데 이런 걸 빨리 마무리지어 구성원들이 같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제3자를 찾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양유업 벌점이 높다는 점이다. 만약 남양유업 매각 과정에서 또 차질이 생길 경우 또 다시 벌점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늦장공시 등 불성실공시에 따라 벌점 4점 이상을 받게되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남양유업의 매각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매도자가 매수자의 자금능력, 계약조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이번 남양유업의 M&A 노쇼를 두고 홍 회장이 언급한 제3자 매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남양유업의 노쇼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M&A 업계에선 이번 홍 회장의 갑작스러운 계약 철회를 두고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고 진단한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급하게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것도 홍원식 회장 측으로, 결국 매각을 철회한 것도 홍 회장"이라며 "사전 합의 사항 이행 여부와 상관 없이, 시장에선 이번 남양유업 매각 철회 사태를 두고 홍 회장 측의 신뢰성에 상당 부분 타격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