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로 만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당내 분열 상황과 '대장동 의혹' 등이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과 이 지사의 만남과 관련해 "후보의 요청이 오면 관례에 따라 검토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4월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9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났습니다. 모두 여당 대선 후보들이 먼저 요청해서 이뤄진 사례입니다.
문제는 당내 분열 상황입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측은 이날 당 경선과 관련해 이의제기서를 당 선관위에 제출하며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낙연 캠프는 캠프 사무실에서 분과별 긴급회의를 3차례나 열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도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무효표를 모두 유효처리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한다"며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 잡고 결선투표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당내 분란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만날 경우 자칫 '편 들기'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습니다.
'대장동 의혹'도 주요 변수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첫 입장을 낸 뒤 현재까지 추가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지사가 전날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에 대패한 것을 두고 대장동 의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이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을 소환하면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이 지사 변호사비와 관련한 의혹들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날 상장업체 S사의 계열사의 부회장인 A씨가 "내가 이 지사의 경제특보다. 금융감독원도 움직일 수 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사와 그 계열사에는 이 지사의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이 사외이사 등으로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친문 성향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변호사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 7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지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 지사가 변호사비로 3억원을 썼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로는 변호사 이모씨에게 현금 등 20억여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이 지사측은 변호사비 문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지사가 어떤 식으로든 위법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청와대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만나는 것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추가로 입장을 밝혀야할 상황에 직면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라고 (수사기관에) 지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