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도시 포항이 배터리(2차전지)와 바이오 소재, 수소 중심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포항은 지난 5년간 이 분야에서 총 42개 기업, 6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와 올해만 총 30개 기업, 3조원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 지방 기초자치단체 중 연간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이룬 곳은 포항이 유일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과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와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에 매달린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포항이 배터리 소재산업 유치에 나선 지 5년여 만에 국내 제1의 양극재 생산 도시로 변모했다”며 “글로벌 배터리 및 첨단 바이오 신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K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포항시는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양극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에코프로가 신축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2017년 이를 유치하면서 배터리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 시장은 당시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을 찾아가 “포항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2.5%를 기반시설 등의 보조금으로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그를 설득했다.
이 회장은 “이 시장이 지진과 철강경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포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 유치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포항 투자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최근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과 3년간 10조원대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프로는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내 33만㎡에 2025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통 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 포항캠퍼스’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 추출부터 양극재 소재 생산,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공급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고용인력만 2400여 명에 이른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EM과 리튬 소재 가공업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리사이클링 전문업체 에코프로CnG 등 4개사가 오는 21일 동시 준공식을 열고 포항캠퍼스를 일반에 공개한다. 이 시장은 “인근에는 GS건설과 포스코케미칼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과 음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며 “포항을 ‘K배터리 특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제2의 영일만 기적지난 50여 년간 철강산업 호황으로 고성장을 누렸던 포항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철강산업 침체까지 겹쳐 2015년 52만 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말 50만2900명으로 5년 사이 1만7000여 명 줄었다.
“지속적인 기업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 51만 명 선을 회복하겠다”는 게 이 시장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252억원을 투자해 작년 11월 포스텍에 문을 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에는 첨단 바이오 기업이 연이어 입주하고 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의 연구소와 자폐증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뮤노바이옴, 천연 고분자소재 개발기업 에이엔폴리 등이 대표적이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도 바이오기업 네 곳이 총 40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어 떠오르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30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5만1846㎡에 헬스케어임상센터, 연구개발센터, 시제품 생산시설 등을 건립한다. 이 시장은 “배터리 등 신성장산업은 포항에 27조원의 생산 유발과 8만 명의 고용 창출 등 거대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산업지형 대변혁으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