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몇 년째 계속된 초강경 대립 와중에 최근 대화채널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간 엊그제 영상통화 협상을 보면, 당장 구체적 합의점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깊숙한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지난주 워싱턴발(發) ‘바이든·시진핑 연내 화상회담 합의’ 소식과 같은 맥락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9·11 테러’ 20주년 하루 전 양국 정상 간 90분 통화 이후 미·중 대화는 일단 무역·통상 문제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만큼 경제 살리기는 어디서나 현안이다. 미국의 ‘쿼드 체제’ 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안보 따로, 경제 따로의 ‘투 트랙 외교’로 최악의 대립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했던 미국의 중국 압박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일까. 미국은 반도체·배터리·백신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장악력을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강화해왔고, 반도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던 미국이 정상 간 통화를 먼저 제안했고, 이번 고위급 통상회담에서는 무역현안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이런 대화체제 복구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게 양국 관계다.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지만, 미·중 간 대립에 긴장해온 한국으로선 WTO 체제에 부합하는 자유무역 질서의 회복이라면 성원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두 강국 간의 ‘빅 픽처’를 정확히 읽고, 관련국들 사이의 내밀한 전술·전략까지 제대로 파악하는 역량이다. 그런 국제정세와 기류 변화를 제때, 명확하게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4대 강국 사이에서 개방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외교의 대전제다. 지금처럼 미·중 관계에 변화 가능성이 보일 때는 더 절실한 국가 유지의 필수조건이다.
중국 문제에 관해선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차가 보이지 않는 게 미국이다. 물론 안보와 군사 차원에서는 아직 긴장이 완화됐다고 볼 요인이 없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 대한 국가적 정보가 우리에겐 더 절실하다. 과도한 친중 행보로 그렇게 비판받으면서도 정작 주중 한국대사가 ‘혼밥’이나 하는 ‘짝사랑 외교’는 곤란하다. 직업 외교관들이 해외 주재원 상대로 탐문하는 것을 정보수집 활동이라고 한다면 태업이고 직무유기다. 오죽하면 해외 진출 기업들에서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것”이란 말이 나오겠나. 한국 외교가 더 어려워졌다. 국제 판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더 긴장하고 더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