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존스는 ‘진짜 피덕(피자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다. 매장 수는 업계 1위인 도미노피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피자는 파파존스밖에 안 먹는다’는 충성 고객이 많다. 지난해에는 매출 기준으로 미스터피자를 제치고 ‘빅3’ 피자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일명 ‘토핑으로 장난치는’ 피자업계에서 미국식 정통 피자맛을 고수하기 위한 파파존스의 노력이 20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색다른 피자 아닌 맛있는 피자
파파존스는 ‘이색 토핑’ 경쟁에 열을 올리는 국내 피자업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도미노피자와 피자헛 등 파파존스의 경쟁 브랜드는 수년 전부터 피자 토핑으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올리고, 비빔면 소스를 피자 위에 뿌리는 등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집중해왔다. 피자업체 입장에서 색다른 토핑을 얹은 피자는 ‘프리미엄 피자’라는 칭호를 붙여 비싸게 팔 수 있어 기본 메뉴보다 수익성도 좋다.
하지만 파파존스는 이 같은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좋은 재료로 피자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건 ‘눈으로 볼 때 색다른 피자’가 아닌, ‘먹었을 때 맛있는 피자’라는 판단에서다. 전중구 한국파파존스 사장(56·사진)은 “새로운 토핑을 올리거나, 에지(피자 도우의 끝부분)에 변화를 주는 방식은 결국 한계가 있다”며 “피자의 기본에 충실하는 게 파파존스의 방향성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제 파파존스의 전체 매출 중 가장 기본 메뉴인 슈퍼파파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이색 토핑을 얹은 신메뉴에 의존하는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매출 구조다.
파파존스는 신메뉴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더 좋은 재료를 쓰고 품질을 관리하는 데 공을 들인다. 피자 맛의 근간인 소스는 물을 섞지 않는 100% 토마토소스를 사용하고, 토핑에도 잡고기를 섞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모든 식재료를 품질관리센터(QCC)에서 1차 검수한 뒤 각 매장으로 보낸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주문해 먹어도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피자 한 조각에 들어가는 토핑 수까지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성장보다는 가맹점과의 상생
파파존스는 출점 전략도 남다르다.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지 않고 느리지만 내실 있게 가맹점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직영점으로 신규 진출해 잘되는 매장은 가맹점주에게 넘기고, 매출이 부진한 가맹점은 직영점으로 전환해 직접 관리했다. 파파존스가 2003년 한국에 진출한 뒤 200호점을 내는 데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인기에 비해 파파존스 매장이 적어 피자 마니아들 사이에선 파파존스 배달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의미의 ‘파세권(파파존스+역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파파존스는 앞으로도 가맹점을 무턱대고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서다. 2025년까지 300호점을 내겠다는 단기 목표가 있지만 경쟁사의 매장 수를 무턱대고 따라잡겠다는 계획은 없다. 대신 매장당 매출을 업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 사장은 “파파존스는 점주 한 명이 두 개 이상 다점포를 운영하는 비율인 다점포율이 50%에 달할 만큼 본사와 가맹점주의 신뢰가 두텁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와 가맹점주, 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피자시장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소비자들이 피자를 먹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어서다. 전 사장은 “20년 전에는 가정에서 세 달에 한 번 피자를 먹었다면 지금은 45일에 한 번 피자를 주문한다”며 “앞으로 이 주기는 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파존스는 지난해 전년(385억원) 대비 36.6% 늘어난 5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다섯 배 급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