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 토론의 장을 열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SK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26일 열린 ‘이천포럼 2021’ 폐회식 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SK는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를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꼽힌다. 그룹 내 계열사도 ESG에 기반을 둔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딥체인지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가 파이낸셜스토리 원년”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다.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각 사의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 각 계열사는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고, 재무제표 중심의 성장 전략을 신뢰와 공감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지난 8월 31일 출범 10년 만에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을 바꿨다. ‘지구중심적’이라는 의미다.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SK E&S도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등 4대 핵심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의 투자형 지주사인 SK㈜도 첨단 소재뿐만 아니라 바이오와 그린을 4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담았다. SK㈜와 첨단소재 분야 핵심 계열회사인 SK머티리얼즈의 합병도 경영 효율성 강화 및 합병법인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파이낸셜 스토리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물적분할한 SK온과 SK어스온을 이달 1일 공식 출범시켰다. SK온은 ‘켜다’ ‘계속 된다’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SK온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어스온은 지구와 계속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해 만든 사명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녹색산업의 희망을 사명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비전을 발표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실행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공개하기 꺼리는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숫자를 앞세운 지표도 내놓고 있다. 막연한 선언식 비전 발표를 지양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최 회장은 올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기업이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사회·문화 등 전반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 SK 경영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이천포럼이다. SK그룹은 대표적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1’을 지난 8월 23일부터 나흘간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천포럼은 2017년 최 회장이 “기업이 기술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시작된 행사다. 올해 5회째 포럼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SK의 딥 체인지 실천’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 △소셜 △제도와 공정 △일과 행복 △거버넌스 △파이낸셜 스토리 △테크놀로지 등 주제별 강연과 기조 발제, 토론이 펼쳐졌다.
SK는 예년과 달리 이번 포럼에 처음으로 대학생, 협력업체, 사회적 기업 관계자 등 외부인 500여 명을 초청해 주요 세션 토론 등을 함께했다. 최 회장은 향후 이천 지역주민들도 포럼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이천 지역민을 초청해 SK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기회도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250만t
SK지오센트릭은 2027년까지 연 250만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설비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규모다.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제품 전량을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