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올해를 ‘디지털플랫폼(디지코)’ 전환 원년으로 잡았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3대 분야 ‘ABC’ 역량을 기반으로 미디어 콘텐츠,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디지털전환(DX) 등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3월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관련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KT가 벌인 굵직한 투자 건수만 13건이다. 총 투자 금액은 1조2765억원에 달한다. KT의 작년 영업이익(연결 기준) 1조1841억원보다 많은 돈을 성장을 위해 투자한 셈이다. 주로 KT의 ABC 역량에 혁신 기업 DNA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올 들어서는 디지털 금융 사업 확장을 위해 관련 분야 선도 기업 두 곳의 지분을 인수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선 뱅크샐러드와,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선 웹케시와 손을 잡았다. 현대중공업그룹과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500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지능형 로봇, 물류 플랫폼 혁신 솔루션 등을 함께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각각 주요 기업, 기관과의 동맹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 2월 결성한 ‘AI 원팀’은 현대중공업, LG전자 등을 비롯해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대표 산·학·연 협력 단체로 거듭났다. 한컴 등 국내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과 서울대, 포스텍 등이 참여하는 ‘클라우드 원팀’도 결성했다.
미디어 콘텐츠 사업도 키운다. 올초 설립한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그룹 내 미디어 관련 계열사를 활용해 순환형 가치사슬(밸류체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콘텐츠 하나로 다방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으로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스토리위즈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콘텐츠를 제작하면 스카이티비, 올레tv, 스카이라이프 등에서 방영한다. 이후 시즌을 통해 후속 판권을 유통하고 지니뮤직에선 OST를 공개하는 식이다. 지난 8월엔 유료방송업계 1위 굳히기를 위해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 작업도 완료했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세계 각국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미디어 사업을 하는 알티캐스트도 인수했다.
결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존 주력 사업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4% 증가한 4442억원, 2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38.5% 늘어난 47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웃돈 ‘깜짝 실적’이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무선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ABC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