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재수 끝에 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올랐다. 경선에서 과반 득표에 간신히 성공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 이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경기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에도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최후대첩”이라며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대장동 의혹 수사의 향방이 이 후보의 대권가도에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李, 결선 없이 본선 직행이 후보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지역 순회 경선과 3차 슈퍼위크 결과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했다. 2위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39.14%였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명령을 엄숙히 실행하겠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과 일반 당원이 참여하는 3차 선거인단 투표(슈퍼위크) 결과는 지금까지 양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 후보는 전날 경기 경선(59.29%)과 이날 서울 경선(51.45%)에서 과반 득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하지만 30만명이 넘는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3차 슈퍼위크 결과 이 후보의 득표율은 28.30%에 그쳤다. 반면 이 전 대표는 62.37%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때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던 두 사람의 투표율 격차도 최종 11.15%포인트로 좁혀졌다. ‘대장동 심판론’ 작용했나승승장구하던 이 지사가 최종 개표 결과 과반을 가까스로 확보한 것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대장동 비리 의혹을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사업 과정에서 금품제공 등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사후에도 개발이익을 전액 환수해 부당한 불로소득이 소수의 손에 돌아가는 것을 근절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는 물론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시행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李, 대권까지 승승장구할까이 후보가 불과 4000여표 차이로 여당 후보에 ‘턱걸이’로 오르면서 대장동 의혹이 본선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차 슈퍼위크의 투표율은 81.39%로, 앞서 1, 2차 슈퍼위크 투표율을 크게 상회했다. 일반 국민이 대거 참여한 3차 슈퍼위크에서 사실상 ‘대장동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가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선 과정에서 성역 없는 대장동 비리 수사를 강하게 제기한 이 전 대표 측과의 화학적 결합은 이 지사의 일차적 과제다. 개표 발표 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사사오입 철회하라”라는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앞서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득표한 표가 무효 처리돼 이 지사 득표율이 과반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 후보가 최종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중도층을 겨냥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는 이번 대선을 0.1~3%포인트 안팎 격차로 승패가 좌우된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등에서 중도층에 호소력 있는 아젠다를 발굴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공약보다 대선 국면의 ‘블랙홀’인 대장동 수사 방향이 중도층 표심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중도층 확장 여부는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본다”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야당이 특검 요구를 이어가고 여당은 ‘후보 지키기’로 맞설 경우 중도층의 염증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캠프 내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에 맞서 야당의 대선 최종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반(反)이재명 연대로 전열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세대의 불공정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촉발한 이른바 ‘조국 사태’도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는 18,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전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이 후보는 국감까지 마치고 지사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선 모드’로의 조속한 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