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의 초대형 굴착기 판매량이 올 들어 9개월 만에 지난해의 다섯 배를 넘어섰다. 글로벌 원자재 붐을 타고 핵심 공략 시장인 신흥국 중심으로 광물 생산량이 늘어나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9월까지 총 69대의 초대형 굴착기(85t급, 120t급)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한 13대의 다섯 배가 넘는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8대)에 비해서도 상당한 호실적이다. 초대형 굴착기는 통상 무게가 80t이 넘는 굴착기로 광산이나 대형 건설현장에서 활용된다. 일반 굴착기에 비해 강력한 굴착력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요구된다.
현대건설기계의 선전은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되고 있는 원자재 붐과 적극적인 신흥시장 공략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고 철광석 등 주요 광물 가격도 올 들어 두 배 이상 급등하는 등 ‘슈퍼사이클(장기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8월 한국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던 브라질 건설장비 해외법인을 인수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사를 설립하며 해외 영업 역량을 대폭 확대했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이 중단된 원자재 개발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브라질 등 중남미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전 세계 초대형 굴착기 시장 규모가 1000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분기까지 69대의 수주 실적은 상당한 규모”라며 “현대건설기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1.2%)에 비해서도 수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초대형 굴착기는 전체 건설기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이지만 대당 가격과 이익 공헌율이 높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돼 현대건설기계와 한솥밥을 먹게 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초대형 굴착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100t급 굴착기를 내놔 9월까지 10대를 판매했다. 80t급 모델을 포함해 올해 38대의 판매 실적을 냈다. 최근에는 소형 굴착기 ‘DX100W’ 모델이 미국 ‘2021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국내 업계로서는 처음으로 본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20년 레드닷 본상, 2021년 IF 금상에 이어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를 모두 석권하게 됐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