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재생발전 설비 투자 비중이 원자력발전 투자 비중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이끌어온 한수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밀려 사실상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한수원이 수익성 낮은 신재생 확대에 본격 나서면서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한수원이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신재생 투자계획 및 중장기 재무관리 전망’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투자 비중이 점차 늘어나 2025년 70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1조5000억원 규모인 원전 투자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5년 4092억원으로 줄어든다. 한수원의 신재생 투자금이 원전 투자금을 역전하는 셈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회사 경영계획에 반영된 것”이라며 “한수원이 원전을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윤 의원에게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2034년까지 태양광 설비는 기존 58㎿에서 6062㎿로, 풍력 설비는 80㎿에서 4226㎿로 늘린다. 연료전지, 바이오 등을 포함한 한수원의 신재생 설비는 올해 248㎿에서 2034년 1만2141㎿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에 투자되는 비용은 4조6711억원, 풍력은 7조1734억원 등 총 13조105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이 현재 안고 있는 부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향후 10년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한수원이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신재생 투자를 늘리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는 점차 악화될 전망이다. 한수원의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작년 기준 36조784억원인 한수원 부채는 2024년 39조678억원까지 치솟게 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37.6%에서 145.3%까지 증가한다.
한수원은 2016년 당시 부채비율이 108.3%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이익률이 감소하고, 부채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2024년 이후엔 이익폭이 크게 감소해 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수원 등 발전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가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신재생을 무리하게 늘리면, 적자가 불어나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료를 동결 내지 소폭 인상하는 것은 결국 미래의 비용을 당겨서 쓰는 것”이라며 “우량 공기업인 한수원의 부채 증가는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