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KSLV-Ⅱ) 누리호가 오는 21일 오후 4시께 우주로 도약한다. 2009년부터 개발해온 누리호는 30여 년간 쌓은 한국 우주항공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중대형 발사체로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자력 발사국으로 등재된다. 달,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의 전초전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평가다.
‘팰컨’ 못지않은 힘누리호는 3단 발사체다. 1단은 75t 액체엔진 4기, 2단은 75t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됐다. 위성이 탑재되는 3단엔 7t 액체엔진 1기가 쓰인다. 수차례 도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2단 발사체 나로호(177t) 추력의 두 배 이상이다. 누리호는 액체연료(케로신)와 산화제(액체산소)를 사용해 고체 발사체 대비 높은 추력을 낸다.
1단 4개 엔진을 동시에 점화해 마치 하나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엔진 클러스터링(묶음)’ 기술이 누리호를 우주로 이끄는 핵심이다. 국내 발사체엔 처음 적용됐다. 그간 시험용 엔진으로 200회 가깝게 실제 연소시험을 거쳤다.
누리호 엔진 성능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근접했다. 엔진의 연료 효율성을 가늠하는 ‘진공 비추력’이 비슷하다. 진공 비추력은 진공 상태에서 연료 1㎏을 태웠을 때 초당 얻을 수 있는 추진력을 뜻한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누리호 1단의 진공 비추력은 299.5초로 스페이스X의 멀린1C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 후 추적 관제를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태평양 팔라우에 추적소를 완비했다. 팔라우 추적소는 7.3m급 대형 원격 수신 안테나와 위성 통신망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약 3000㎞ 떨어진 적도 근처 거리까지 누리호 비행 상황을 세세하게 살필 수 있다. 마하 22 속도로 위성 분리적정 고도와 속도에서 단 분리가 이뤄지는 게 발사의 성패를 가른다. 누리호는 발사 후 127초인 고도 59㎞에서 1단을 분리한다. 233초에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하고, 258㎞ 지점(274초)에서 2단 분리 후 700㎞ 고도(967초)에서 위성을 쏘아낸다. 이때 속도는 무려 초속 7.5㎞(마하 22)에 달한다. 일반 여객기는 통상 초당 250m를 간다. 1단 로켓이 연소될 때 온도는 3500도까지 치솟는다.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다량의 연료가 필요한데, 누리호에 실리는 연료는 총 5만4400㎏에 달한다. 연료를 보관하는 추진체 탱크는 영하 183도에 이르는 액체산소를 견뎌야 한다.
누리호는 이번에 더미 위성을 싣고 발사된다. 초도비행인 만큼 성능 검증을 위해서다. 내년 5월 2차 발사 때 실제 위성을 탑재할 계획이다. 누리호 발사는 심우주 탐사 로드맵의 전초전이란 성격도 있다. 액체엔진 클러스터링 개수를 늘리고 고체엔진으로 추력을 보강해야 심우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로 고체엔진 개발의 물꼬가 트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ITAR을 통해 자국 고체엔진 기술 등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탐사선이나 위성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며 “미사일지침 해제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규제 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이해성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