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86년만에 언론인에게…"표현의 자유 위한 싸움"

입력 2021-10-09 07:37
수정 2021-11-07 00:02

2021 노벨평화상은 권위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선 러시아와 필리핀 언론인 2명에게 돌아갔다.

8일(이하 현지시각)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무라토프(60)와 필리핀·미국 이중 국적자인 마리아 레사(58)를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193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각각 러시아와 필리핀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기 있는 싸움을 벌였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기자들의 대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프다’ 기자 출신인 무라토프는 1993년 동료 50명과 함께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를 설립했다.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파헤치는 심층 조사로 유명한 이 신문사에선 지난 20년간 6명의 언론인이 총살 등으로 사망했다.

무라토프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은 노바야 가제타 기자였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의 15주기였다. 그는 체첸 러시아공화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집중 보도하다 2006년 10월 7일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이후 31년 만이다.

필리핀 출신으로 CNN 아시아 지국장을 지낸 마리아 레사는 2012년 탐사 저널리즘 전문 언론사인 '래플러'를 공동 설립해 이끌어 왔다. 마리아 레사는 언론인이자 래플러의 CEO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강압적으로 변한 필리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두테르테 정권이 ‘마약 소탕’이란 명목하에 인권을 유린하는 과정을 폭로해 주목을 모았다. 그는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로 지속적인 정치적 탄압과 구금에 시달려야 했다. 석방을 위한 보석금도 10번이나 냈다. 평화상은 물론 노벨상 전 부문을 통틀어 필리핀 출신 수상자는 레사가 처음이다.

이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지급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