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인도적 위기의 1차적인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민을 향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바라보는 동시에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들어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혀온 한국 정부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은 자국민을 착취하고 있고, 인권을 침해하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극심한 식량난 등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책임이 대북 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달부터 의료 물품의 대북 반입을 시작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특정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중요한 인도적 지원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정권 탓’으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대북 지원에 대한 지지 의사도 함께 밝히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아도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잇달아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