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플립3의 인기가 심상찮다. 직사각형 모양의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접는 폰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분간 라이벌 없이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Z폴드3·플립3는 9월 말까지 글로벌 기준 약 2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27일 글로벌 판매 개시 후 약 한 달 만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판매량은 약 300만대였음을 감안하면, 갤럭시Z폴드3·플립3는 약 한 달 동안에 작년 한 해 폴더블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판매한 셈. 업계는 폴더블폰이 단순히 틈새 시장용이 아닌 '대중화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프리미엄 시장 열세...접는 폰으로 극복하나삼성전자의 약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뒤진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5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을 뒤집기 위해 삼성전자는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을 통한 폴더블폰 대중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아직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데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월등히 앞서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73%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한 갤럭시Z폴드3·플립3는 과감한 승부수였다. 통상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보이던 삼성전자는 노트 시리즈 출시 대신 폴더블폰 신제품만 내놨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작보다 출고가를 40만원 가량 낮췄다.
이 전략이 먹혀들었다. 갤럭시Z폴드3·플립3의 흥행으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구글과 샤오미는 이르면 연내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기존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 시기와 겹쳐 애플 신제품 출시 후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폴더블 시리즈는 아이폰 대비 명확한 차별화 요소가 있어 이러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애플, 2024년 폴더블폰 출시하나...루머 무성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독주해온 애플은 2024년에나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이 관측대로라면 최소한 삼성전자가 약 3년 간은 폴더블폰 시장에서 라이벌이 없이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라 할 수 있다.
미국 CNBC등 외신은 최근 궈밍치 대민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을 인용해 애플이 2023년 디스플레이 아래에 지문 센서를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고, 2024년에 폴더블 형태의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궈밍치 연구원은 출시 시기 외 애플의 폴더블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애플이 갤럭시Z폴드 시리즈와 같이 양옆으로 접는 형태의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 3월 네덜란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은 애플 특허를 바탕으로 제작한 아이폰의 폴더블 버전 예상 이미지(렌더링)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이미지는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한 형태로 후면에는 정사각형 카메라 모듈이 탑재됐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