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등으로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는 11월에 인상하는 것이 정책 당위성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00명 중 87명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8월 기준금리 동결(67명) 전망보다 늘어난 것이다. 10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13명으로 직전 조사 결과(33명)보다 20명 줄었다.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11월 이후 33개월 만이었다.
이번달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확대되면서 '위드 코로나'가 임박했다는 점이 꼽힌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월과 달리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강한 시그널이 부족하고, 방역체계 변화와 백신 2차 접종률 70% 상회 시점 등이 10월보다는 11월 인상이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다음달 3~4일 진행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3000선이 붕괴되면서 6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시장을 비롯해 주식·외환시장 모두 크게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심리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중국 헝다 사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같은 이벤트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판단되며,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보다는 동결을 통해 최근 인상 효과나 영향을 좀 더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상 한국은행이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2000년 이후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적은 2007년 8월 한 번 뿐이었다.
금리인상 소수의견 등장할 듯…가계부채 확대 및 부동산 가격 상승세 '지속'하지만 이번달 금통위에선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11월 인상을 예고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정책 효과를 관망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도 정점 국면을 서서히 지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소수의견 1인이 나오겠지만, 금리 인상으로까진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수의견은 최근 임명된 박기영 금통위원이 낼 것으로 보인다. 조종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박기영 후보는 가계부채가 핵심 관심사라고 밝힌 고승범 전 위원의 성향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인상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도 매파(금리인상) 성향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 내부에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에서도 "최근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영경 금통위원도 금리인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의 세미나에서 "8월 금리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진 것은 자금조달 금리가 여전히 낮은 결과로,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추정한 실질 장기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가계에서 체감하는 실질금리가 낮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확대와 같은 금융불균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총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증가분(9조7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주택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매매 가격은 0.96% 상승했다. 이는 2011년 4월(1.14%) 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국 집값은 지난 5월(0.70%)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