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국제 유가 7년만에 최고…증산 꺼리는 산유국들 "高유가 지속"

입력 2021-10-11 09:00
지난해 3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까지 폭락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세계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데다 러시아와의 ‘석유 전쟁’을 선포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다.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던 ‘풍요의 시대’는 1년 반 만에 끝났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 위기에서 벗어나자 원유 천연가스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아야 하지만 산유국들엔 1년 전 유가 폭락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힘을 쏟느라 화석연료 투자를 줄인 것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년 만에 가격이 1.96배로 급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같은 기간 2.2배로 뛰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지만 세계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급격히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달까지 기존 원유 공급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를 소극적으로 만든 것은 코로나19 트라우마다. 감염병이 재확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세계 원유 수요는 급감했다. 산유국들은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려고 논의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작년 3월 불거진 석유전쟁이다. 국제 유가는 곤두박질해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선 지난해 4월 한때 석유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름 탱크가 가득 찼지만 수요가 적어 생산업체가 돈을 주고 기름을 빼야 했다는 의미다. 석유수입회사 레티고석유의 커크 에드워드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5~16개월 전만 해도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는 데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