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회복으로 글로벌 신용등급 BBB-를 유지했다. 신용등급 BBB-는 기관들의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의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 로 유지하고 발행한 채권의 채권등급 역시 ‘BB+’급으로 기존과 같이 평가했다고 7일 발표했다. S&P는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 역시 발행자 신용등급도 BBB-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신용전망은 양사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높은 수준의 차입금으로 인해 현재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재무지표를 향후 12~18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S&P는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배터리 부문 대규모 투자로 인해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S&P는 올들어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반등에 힘입어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조원이 넘었던 재고관련 손실은 유가 상승 덕분에 상반기에 약 5000억 원의 재고관련 이익으로 전환됐다. 배럴당 3~4 달러 수준에 머물던 싱가포르 정제마진도 최근 10년 평균인 5~6 달러 수준으로 회복됐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가 지난해 1조1000억원 적자에서 올해와 내년 약 3조원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추정했다.
상반기 세 건의 자산을 매각해 4조1000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하고, 배당을 축소한 것도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지분 약 40%를 매각한데 이어, 지난 7월엔 비핵심자산(주유소)을 7640억원에 매각했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상장전 투자유치로 1조1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 밖에 페루 광구 매각(자산가치 1조원 이상) 건도 현지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P는 다만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 전 주요 정유사들이 즉각 공급을 확대하면서 정제마진 등이 추가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 가운데 상당 부분이 비현금성 재고관련 이익임을 감안할 때 현금흐름은 2021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BITDA 대비 차입금 지표 역시 부정적 등급전망을 조정할 정도로 충분히 개선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S&P는 "2022년 추가적인 자산매각이 없다고 가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와 내년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3.9~4.4배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