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신입 연구개발(R&D) 인력의 절반을 수소, 자율운항선, 탄소포집·저장(CCS)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입한다. 2030년까지 생산에서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그룹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이달부터 총 42개 분야의 석·박사급 신규 연구 인력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에 50% 이상이 수소, 암모니아 에너지시스템, CCS,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신사업 분야로 채워졌다.
한국조선해양의 기존 연구 인력 80% 이상은 전통적인 선박 관련 기술을 전공한 조선·기계공학 전공자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선발한 60여 명 중 조선·기계공학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로 낮아졌다. 그 대신 정보기술(IT), 전자전기, 에너지, 화학공학 등 새로운 분야로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자율운항선 등 기존 선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 개척이 요구되면서 R&D 신규 인력의 전공 분야도 확대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전체 연구 인력의 50%를 신성장동력 분야 전문가로 채울 방침이다.
조선에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의 화학 부문을 이끄는 현대오일뱅크 역시 R&D 인력 다변화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60명 수준인 중앙기술연구원 연구 인력을 2025년까지 세 배에 가까운 16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연중 상시 채용에 나섰다. 모집 분야도 정유·석화 외에 2차전지 소재, 생분해 플라스틱, 수요연료전지 분리막, 탄소포집, 수소변환기술 등이다.
헤비인더스트리(중공업)의 상징인 현대중공업의 다각적인 변화 노력은 ‘먼저 달라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기술 트렌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선 시장에선 현대중공업이 경쟁력을 갖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발주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로부터 1조6500억원 규모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여덟 척을 수주했다. 대규모 수주는 반가운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친환경 연료 선박 시장에서 LNG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혁신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30년까지 밸류체인 구축을 공언한 수소 사업, 자율주행선 등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이에 맞춰 R&D의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선점하기 위한 R&D의 역할이 커졌다”며 “인력 구성 변화는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