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사긴 아까웠는데…" 지원금 풀리자 불티난 제품

입력 2021-10-07 19:10
수정 2021-10-07 20:0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재난지원금으로 처음 편의점에서 1만원대 고급 아이스크림을 사봤어요. 평소 편의점 '부자존'(고가에 해당해 부자들만 사는 제품들이 모여있다는 의미)을 지나며 '얼마나 맛있길래 저리 비쌀까' 싶으면서도 굳이 내 돈 주고 먹을 필요는 없단 생각에 산 적은 없었거든요. 어차피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이번에 사 봤습니다." - 회사원 박소연 씨(28·여)

"신혼부부라 딱 4~6개 정도 들어있는 과일이 둘이 먹기에 적당하거든요. 재난지원금으로 편의점에서 묶음 과일을 샀습니다. 무거운 과일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훨씬 편리하더라고요." - 회사원 백모 씨(33)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자 지원금 주요 사용처 중 하나인 편의점에서 고가 상품과 식재료 판매량이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사고 싶었던 제품을 지원금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심리와 식재료를 접근성 높은 곳에서 편리하게 구매하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5차 재난지원금이 본격 지급된 지난달 편의점 CU에서 전년 동월 대비 양주 매출은 151.8%, 와인 매출은122.2% 증가했다. 화제가 됐던 하겐다즈 등 편의점 고급 아이스크림 매출도 17.8%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에서도 양주 97%, 와인 75%, 고급 아이스크림 38%씩 판매량이 증가했다. 저렴한 주류인 소주(36%)나 맥주(29%) 매출 증가율보다 양주, 와인 증가율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게 눈에 띄었다.

식재료 및 과일 판매도 크게 늘었다. CU에서는 과일 판매가 17.7%, 양곡 판매량이 92.8% 증가했다. GS25에선 버섯(190%) 해물(124%) 어류(107%) 축산(274%) 양곡(181%) 과일(134%) 등이 눈에 띄게 많이 팔렸다. 이마트24에서는 과일과 양곡 매출 증가율이 각각 66%, 92%로 집계됐다.

식재료나 과일은 주로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품목인데 대형마트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반면 편의점에선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소비 양상은 지난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사상 첫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작년 5월 CU에서는 돼지고기 등 축산물 매출이 전년(2019년) 동월보다 56.1%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구입하는 품목이었던 과일·채소와 쌀, 현미 등 양곡류 매출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0.7%, 88.7%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에서는 편의점 판매 상품 중 고가에 속하는 양주 판매량이 29.4% 증가하며 주류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고급아이스크림 역시 19.4%로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6%포인트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사용처가 한정돼있다 보니 음식료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워 구매하지 못했던 상품을 재난지원금을 통해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