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도 고객…'로봇 SW 1인자' 유아이패스

입력 2021-10-06 17:08
수정 2021-10-07 08:49

“하루하루 업무량은 늘어만 갑니다. 대부분의 일이 반복적이고 시간도 많이 들죠. 이런 지루한 일을 로봇에게 주면 어떨까요? 원하는 것을 로봇에게 말만 하세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개발업체인 유아이패스(PATH)의 소개 영상에 나오는 문구다. 유아이패스의 미션은 ‘사람이 로봇처럼 일하지 않는 세상’이다. 인간의 노동을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에 유아이패스가 수혜주로 주목받는 이유다. RPA 1인자
유아이패스는 글로벌 RPA 시장 점유율 1위(27%) 업체다. RPA는 컴퓨터 사용자의 반복적인 행동을 감지해 절차를 자동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대니얼 다인스 유아이패스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없다면 업무가 불가능한 것처럼 장차 RPA는 근로자에게 필수품이 될 것”이라며 “인간은 대신 가치 있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이패스를 창립한 다인스 CEO는 MS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빌 게이츠를 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2005년 MS를 나와 유아이패스 전신인 데스크오버를 설립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그는 본사를 고향에 세웠다. 순탄치는 않았다. 경영난으로 회사 폐업까지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다인스 CEO는 RPA 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2013년 기회가 왔다. 인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기업과 RPA 사업 계약을 맺으며 성장 가도에 올랐다. 2015년 회사명도 유아이패스로 변경했다.

올해 4월 21일, 유아이패스는 루마니아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6일 기준 시가총액은 264억달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유아이패스에 대해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이후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기술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10여 개에 불과하던 고객사는 현재 9100개로 증가했다. 도요타, 뱅크오브아메리카, 어도비 등 포천 글로벌 500 기업 중 60% 이상이 유아이패스 고객이다. 미국 국가기관도 유아이패스 제품을 사용한다. 미국 노동부는 코로나19로 전례 없이 늘어난 실업보험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유아이패스 로봇을 활용했다.

대신증권은 ‘나만 알고 싶은 신흥 루키주’로 유아이패스를 꼽았다. 대신증권은 “시장조사기관 및 소비자들이 뽑은 기술력 1위 RPA 기업으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크인베스트 ETF 단골 종목유아이패스는 두드러진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ETF)에 빠지지 않고 포함된 이유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전체 자산의 3.21%를 유아이패스에 투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RPA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RPA 시장은 연평균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윤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PA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아이패스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로코드(low code)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이패스의 성장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연간반복매출(ARR)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ARR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회성이 아니라 구독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한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유아이패스의 ARR은 분기당 평균 79% 증가했다. 상장 이후 약세…저가 매수 기회?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유아이패스 주가는 상장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5월 고점(85.12달러)에 비해 39.71% 빠졌다.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성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닌 만큼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 연구원은 “경쟁사 대부분은 적자 상태여서 금리 상승 국면에서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유아이패스가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경쟁사 대비 안정성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유아이패스를 향한 월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팁랭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16명의 애널리스트 중 6명이 유아이패스에 대해 매수를 추천했다. 9명은 중립, 1명은 매도였다. 목표주가 평균치는 72.93달러로, 현 주가 대비 42.11%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