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르면 이달 말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기부채납 등 공공성 확보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번 재정비안에는 용적률 완화를 적용받는 리모델링 단지들도 공공기여가 가능하도록 커뮤니티 개방, 임대주택 건립 등 구체적인 선택 항목을 담을 방침이다. 다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큰 임대주택 도입은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용역에 착수한 ‘2025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초안을 마무리하고 이달 말께 주민공람에 나설 계획이다.
재건축 대안으로 늘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2016년 마련한 기본계획에 기반시설 영향 검토와 공공성 확보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건축연한 15년 이상,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됐고, 안전진단 D등급 이하여야 가능한 재건축보다는 사업 문턱이 낮아 최근 20년 이상 노후 단지 사이에서 리모델링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가 지역 내 리모델링 단지 현황을 집계한 결과 현재 56개 단지가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이들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3만4873가구에서 4만100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이후에도 약 235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늘릴 수 있는 주거전용면적은 전용 85㎡ 초과 시 30% 이내, 전용 85㎡ 미만은 40% 이내이다. 주거전용면적이 증가하는 점은 재건축과 비슷하지만 리모델링에는 주변 지역 영향분석이나 지역공유시설, 임대주택 등 구체적인 공공성 확보 방안이 없어 이번 재정비안에 담을 방침이다.
현재 내부 운영기준으로 있는 △기반시설 정비(전용면적 최대 20%포인트 증가) △녹색건축물 설계(5~20%포인트 증가) △지역친화시설 설치(최대 30%포인트) △주요 정책 반영(최대 10%포인트) 등의 항목을 이번에 기본계획에 넣겠다는 얘기다. 대상지 주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할 경우 최대 20%포인트까지 늘릴 수 있고,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 공유주차면을 조성하거나 담장 허물기, 커뮤니티 개방 등을 하면 최대 30%포인트까지 완화해주는 식이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위원장은 “단지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항목을 선택 조합할 수 있다”며 “그동안 주관적 요소가 반영돼 심의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기본계획을 통해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가장 민감한 항목은 임대주택 의무화 여부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은 임대주택 도입 시 최대 10%포인트 전용면적을 늘릴 수 있는데, 이 역시 재정비안에 넣을 계획이다. 단 서울시는 임대주택 항목은 ‘의무화’가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일부 사업성이 좋지 않은 단지는 적정 가격(시세의 80~90% 수준)으로 시에서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