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정부의 물가 목표치를 넘어섰다. 계란·우유·라면·휘발유·전월세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안오른 품목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같은 물가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도 물가 목표치를 사실상 포기하고 연간 2% 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9년 만에 물가 상승률 2% 가시화통계청이 6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2015=100)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농축수산물(3.7%), 공업제품(3.4%), 서비스(1.9%) 등이 일제히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보합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0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장기간 2%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3분기 기준으로는 2.6% 상승했다. 2012년 1분기 3.0% 상승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역대급'으로 가격이 올랐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전월세 불안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집세는 1.7% 올랐다. 전세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2017년 11월 이후 3년11개월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월세는 0.9% 올라 2014년 7월 이후 7년2개월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우유 원료인 원유가격과 라면 값 등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가격은 2.5%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1.0%, 2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값은 작년 동월 대비 43.4%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역대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농산물과석유류제외 지수는 1.9% 올랐다. 2016년 4월 1.9%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1.5% 상승했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2.5%를 기록해 2019년 12월 -2.2% 이후 22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4분기 물가 더 오를 듯"문제는 이같은 물가 상승이 이달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은 이날 소비자물가동향 사전브리핑에서 4분기에는 물가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많다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일부 둔화됐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 이후 소비심리의 반등으로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전기료 인상, 우유 원료인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공식품 불안 등 물가 상승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상승률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10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10월 통신비 지원 기저 효과로 상승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6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데다 향후 물가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정부가 세웠던 물가 상승률 목표인 1.8% 달성은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질의에 대해 "1.8% 달성이 쉽지 않겠고 2% 전후 수준이 차선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물가 목표치가 1%대인점을 고려하면 2%대 물가는 고민이 되는 상황이 맞다"면서도 "경제성장률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