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공공의 탈을 쓴 약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선 "시장의 권력으로 자기 측근과 일부 민간업자들을 밀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 재산 약탈' 제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려 "대장동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데 의혹의 핵심 당사자는 이리저리 말을 바꾸고, 아랫사람 관리 책임으로 꼬리를 자르고, 때로는 적반하장식 반격과 황당한 궤변으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문제의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이 했다.
이어 "26년 검사 생활 동안 수많은 비리 사건을 수사해 왔던 저는 이번 비리가 공권력에 의한 국민 재산 약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과거 어떤 대형 비리 사건보다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재산 약탈의 당사자가 대한민국 지방정부의 수장을 거쳐 이제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제 공정위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박수영 의원은 화천대유가 평당 250만 원 수준으로 원주민으로부터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평당 2500만 원에 분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당시 토지를 싸게 강제 수용해 화천대유가 토지 용도 변경 등을 통해 개발 이익을 무한정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시 말해 이 지사가 자기 측근과 일부 민간업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땅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 수 있게 시장의 권력으로 밀어준 것"이라며 "공공의 탈을 쓴 약탈로, 국민 재산 약탈 행위를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해 저질렀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는커녕 약탈했으며, 약탈 행위를 설계했다고 자처하고 결재까지 했다는 사람이 여당의 대선 후보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장동 게이트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정을 펼쳤던 사람에게 이 나라의 국정을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대장동 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저는 어떤 경우에도 대장동 게이트를 끝까지 추적하고 파헤쳐 정부 제1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있음을, 그것이 정의라는 것을 증명해내겠다"고 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하게 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수사에 본격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에 이 지사는 지휘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야권의 사퇴 요구에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가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이 지사는 4일 서울 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휘하 직원의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측근 개념이 뭔지 정해주면 (거기에) 부합하는지 알아보겠다"며 "무리하게 엮지 말라. 유 전 본부장이 선거를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현재 (선거)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반면 이날 이 지사의 반박에도 정치권에서는 연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는 이 지사가 '유동규 측근설'을 부인한 것을 겨냥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삼국지를 예로 들며 "유비가 장비를 모른다고 하는 격"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