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화학상은 제약과 에너지산업 발전을 이끈 ‘비대칭 유기 촉매’를 개발한 과학자 두 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왕립과학아카데미는 “분자를 설계하는 데 매우 독창적인 도구인 비대칭 유기 촉매 개발로 제약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화학 공정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촉매는 화학 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반응 자체를 시작하거나, 반응 속도를 높이는 데 촉매가 필수적이다. 2차전지, 수소연료전지, 태양전지 등도 모두 촉매 반응에 기반한 것이다. 인체 내 수천 가지 효소 역시 생명을 유지하고 질병을 막는 촉매로 작용한다.
두 수상자는 금속과 효소에 이어 ‘제3의 촉매’로 불리는 비대칭 유기 촉매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유기 촉매는 탄소화합물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산소, 질소, 황, 인 등을 붙여 다양하게 합성할 수 있다. 이런 유기 촉매는 독성 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비대칭’이란 용어가 붙은 이유는 유기 촉매가 빛을 받았을 때 방향(편광)을 바꾸는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대칭성을 ‘카이랄’이라고 한다. 왼손과 오른손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면서도 미세하게 다른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인체 내 효소 대부분은 카이랄 성질을 갖는다. 카이랄 성질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약의 활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리스트 교수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배한용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카이랄 유기 촉매 개발로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굉장히 복잡한 유기 반응까지 유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 듀록세틴, 항경련제 프레가발린,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 등을 제조할 때 카이랄 유기 촉매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